김대중대통령과 김종필국무총리는 6일의 총리관저 회동을 통해 연말연시 정치일정의 대강을 확정하고 임기내 공조를 재다짐했다. 새 밀레니엄을 앞둔 대전환의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회동결과에 미래지향적 메시지가 없어 서운한 감이 없지 않지만, 정치적 행보보다는 「국정의 생산성」에 논의의 초점을 맞췄다는 것은 나름대로 평가를 받을 만하다.공동여당은 이제부터 DJP합의 이후의 국정운영을 생산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마지막 최선을 다 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행여 DJP 회동결과에 대해 기대에 부응치 못했다고 서운함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서운함을 풀어 주어야 할 소임이 공동여당에 있기 때문이다.
DJP 회동은 두가지의 관점에서 해석을 달리 할 수 있다. 하나는 국정의 안정이라는 관점에서의 순기능적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역기능적 측면이다. DJP 합의를 통해 여권의 정치일정을 확실하게 한 것이나, 공동여당의 굳건한 공조를 다짐한 것등은 그만큼 국정의 불가측성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정권의 안정은 국정의 생산성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또다른 시각에서 DJP 회동은 정치의 행태적 측면에서 본의 아니게 민주주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기가 십상이다. 두 사람은 대통령과 국무총리이면서 동시에 정당의 지도자이다. 정당의 의사결정은 한 두사람이 아닌, 민주적 방식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 것이 순리이다.
그럼에도 공동여당의 경우 중요한 결론은 두사람이 내리고 당은 무조건 따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DJP 회동에 인색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권은 DJP회동의 방식등을 면밀하게 검토, 그 개선점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김총리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또다시 정치행보를 오락가락 한다는 말을 듣게 됐다. 그가 자민련 복귀를 늦춘 것이 김대통령의 간곡한 부탁과 설득때문인 것으로 보이나, 아무튼 김총리는 이번 합의로 자신의 말을 또한번 번복한 셈이 됐다.
회동이후 신당과 자민련간의 합당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자민련은 극구 부인하지만 여권의 흐름은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하다. 그렇다면 김총리가 한때 몽니를 부렸다는 얘기가 된다. 여당 지도자가 몽니를 부리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은 국민들 보기에도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은 아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