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현악사중주단(사진)이 특별한 무대를 준비했다. 세기말 음악회 「검은 천사」(Black Angel). 16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20세기의 기념비적 현악사중주 세 곡을 한국초연하는 뜻깊은 자리다. 연주곡은 조지 크럼의 「검은 천사」를 비롯해 머레이 쉐퍼의 현악사중주 3번, 존 코릴리아노의 유일한 현악사중주. 셋 다 살아있는 거장들이다.크럼의 곡은 베트남전의 참상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전쟁터의 밤, 부패한 시신에 달려드는 벌레들이 생명없는 메탈 곤충으로 바뀐다. 음산하고 기괴한 악몽. 1악장 「이탈-은총으로부터의 추락」, 2악장 「부재(不在)-영적인 소멸」, 3악장 「회귀-구원」으로 이뤄져있다. 20세기의 죄악에 대한 참회록이라고 할까.
『가장 악마적이면서 가장 강렬한 구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평가받는 걸작으로 전위적 기법과 신비스런 음향이 마음에 불도장을 찍듯 인상적인 곡이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모두 전자악기로 연주한다. 고함, 읊조리기, 휘파람, 속삭임, 공·마라카스 등 타악기, 크리스탈 컵도 등장한다.
쉐퍼의 현악사중주 3번은 아주 혁명적인 작품이다. 동물 울음 등 밀림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리로 청중을 원시의 숲으로 끌고간다. 연주방식이 독특하다. 강렬한 조명 아래 첼로 혼자 시작한다. 이어 무대 뒤에서 비올라 연주자가 나오고 2명의 바이올린은 객석에서 걸어올라간다. 연주자는 등장과 퇴장을 거듭한다. 코릴리아노는 최근 개봉된 영화 「레드 바이올린」의 작곡가. 이번 연주곡은 전설적인 클리블랜드 현악사중주단의 고별공연을 위해 작곡된 화제작이다. (02)758-1208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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