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미어 터진다. 16대 총선을 앞두고 비(非) 한나라당 4개 지역에 왕년의 거물들이 출전채비를 하고 있는데다, 통합이 확정적인 4개 지역에선 현역끼리의 「생존게임」이 불가피한 때문이다.우선 원외지역에서는 김광일(金光一)전청와대비서실장이 해운대·기장갑(국민회의 김운환·金 桓의원), 최광(崔洸)전보건복지부장관이 사하갑(국민회의 서석재·徐錫宰의원), 문정수(文正秀)전부산시장이 북·강서을(무소속 한이헌·韓利憲의원)이나 사하갑 혹은 연제(한나라당 최형우·崔炯佑의원)를 노리고 있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그늘아래 있는 이들은 모두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통합예정 지역에는 한나라당 의원끼리 일전을 벌이게 됐다. 남 갑·을의 이상희(李祥羲)-김무성(金武星)의원, 금정 갑·을의 김진재(金鎭載)-김도언(金道彦)의원, 사상갑·을의 권철현(權哲賢)-신상우(辛相佑)의원이 그들이다. 동래 갑의 박관용(朴寬用)의원도 을에 강경식(姜慶植·무소속)의원이 있는데다, 이기택(李基澤)전총재대행이 원외 지구당위원장이어서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김정길(金正吉)전청와대정무수석이 신당 이름표를 달고 영도에, 국민회의 노무현(盧武鉉)의원이 북·강서을에 출사표를 던져놓은 상태다. 김기재(金杞載)행정자치부장관도 해운대·기장 을과 금정지역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급한 쪽은 한나라당 지도부다. 통합예정 지역의 경우 섣불리 한쪽 편을 들다가는 집안분란이 나게 돼 있고, 원외 지역은 교통정리에 애를 먹게 돼 있다. 그나마 덜 어려운 방법이 위에서부터 실마리를 푸는 것인데, 이 경우 이기택전대행의 거취부터 결정돼야 한다.
만일, 이전대행이 동래를 포기하고 해운대·기장갑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지역을 꿰차고 앉으면 기존의 구도가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연쇄이동이 일어나게 된다. 통합지역에서 밀려나는 현역들이 줄줄이 빈 지역 공천을 희망하는 일대 혼란이 벌어지고, 낙점을 받지 못한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등 예측불능의 혼란상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