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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3교실은 휴업?

입력
1999.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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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요? 출석 체크 하러 가죠. 친구들과 수다떨고 몇시간 자다 오면 돼요』 서울 H여고 3학년 박모(18)양의 말이다.수능시험이 끝난 고교 3학년 교실은 지금 「개점휴업중」이다. 수능이후 고3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체계적인 지도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 수시모집, 특차모집, 정시모집 등 대입전형이 다양해지면서 학생들의 처지가 제각기 달라진 것도 고3교실을 어수선하게 하는 이유다.

고3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가 오전 4교시만 진행한다. 기껏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랬자 비디오 상영 화장법 강연 성교육 등 상투적인 것들 뿐이어서 학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서울 A여고의 한 3학년 교실. 「21세기와 청소년」이라는 주제의 화상강의가 비디오를 통해 나오고 있었지만 시선을 화면에 둔 학생들은 거의 없다. 10여군데 자리는 비어있고, 수다를 떨거나 만화나 잡지를 보는 학생, 자거나 음악을 듣는 학생등 천태 만상이다. 연사의 음성은 소음속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다. 아예 비디오를 꺼놓은 교실도 있었다.

서울 K고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학교 3학년 주임 선생은 『무단결석 하거나 늦게 등교하는 아이들이 많고, 예·체능계 학생들은 실기준비 때문에 출석체크만 하고 학원에 간다』며 『제각각인 아이들을 다루기가 힘들 뿐아니라 아이들이 사고를 내지나 않을까 하고 항상 걱정』이라고 말했다.

종로에서 만난 인천 S고 장모(18)군 등 고3생 4명도 『비디오 보다가 중간에 도망쳐 나왔다』며 『학교 프로그램엔 관심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S고의 한 교사도 『대학이나 고궁 견학, 등산 등 학교측에서도 프로그램 마련을 위해 고심했다』면서도 『열악한 학교재정으로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잡아두려고 기말고사를 평소보다 2배 이상 길게 본 학교도 많다. 서울 C여고는 8일간 시험을 치렀고, 전주 K여고는 13일동안이나 치렀다. K여고 전모(18)양은 『수능이 끝난뒤엔 학교가 시장바닥 같다』며 『기말고사 기간을 늘린다고 학생들을 잡아두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YMCA전국연맹 청소년담당 김형수(金螢洙·35)부장은 『수능이 끝난 고3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모자라 학생들을 거의 방치해두고 있다』며 『청소년 단체 등과 연대하는 방법 등으로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김현경기자

moo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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