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LG 칫약과 치솔로 이를 닦고, 삼성이 만든 옷을 입고 현대차를 타고 출근하여 삼성과 LG컴퓨터를 켜서 인터넷뉴스를 클릭하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거래처와 업무연락시 삼성(애니콜), LG(싸이언), 현대(걸리버)단말기를 이용하여 011(SK텔레콤), 019(LG텔레콤)휴대폰으로 전화한다. 삼성 현대 LG SK증권 등 4대재벌증권사를 이용하여 주식투자하고, 귀가후 삼성과 LG텔레비전을 보며 휴식을 취한다. 주말엔 가족과 함께 삼성 현대 LG백화점에서 쇼핑을 한다」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업무는 대부분 현대 삼성 LG SK 등 4대재벌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이루어지고 있다. 마누라가 분만하거나 가족이 상을 당해도 삼성과 현대병원의 신생아실과 영안실을 이용하고 있다. 4대재벌은 「신생아실(요람)에서 영안실(무덤)까지」 국내산업과 국민의 일상생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후 대우가 해체되면서 재계는 4대재벌이 장악하는 「빅4왕국체제」로 재편됐다.
10대 핵심업종 빅4가 장악 자동차 반도체 정보통신 조선 석유화학 건설 등 한국경제를 이끌고 가는 10대 주력업종이 4대재벌의 수중에 들어갔다. 예컨대 대규모사업교환(빅딜)으로 현대가 기아차를 인수하면서 현대_기아연합군은 자동차 내수시장의 73%를 장악했다. 황금알을 낳는 정보통신및 인터넷도 빅4의 진출경쟁으로 수년후 중복투자에 의한 과잉투자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경제 실물부문은 포철이 우월한 시장지배력을 갖고있는 철강을 제외하고 4대 공룡재벌이 과점체제를 구축했다. 빅딜과 자산매각 등으로 상위재벌의 재무구조가 다소 개선되고, 비주력업종 철수등의 일부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빅4중심의 재벌체제는 변한게 없다. 민영화를 추진하는 한국중공업 한국가스공사 등 알짜 공기업들도 빅4외에는 인수여력이 없어 이들재벌의 인수잔치가 될 전망이다.
커지는 빅4의 경제장악력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상위재벌의 비중은 막강하다. 30대그룹 자산총액이 국민총생산(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7년 46.25%에서 지난해 47.79%로 확대됐다.
이중 대우를 포함한 5대재벌의 비중은 97년 29.22%에서 98년 31.61%로 크게 늘었다. 4대재벌 가운데 현대와 삼성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한국의 재벌문제는 사실상 이들 2대 재벌문제로 국한된다.
현대와 삼성의 올해 매출액(추정)은 각각 92조원, 104조원으로 올해 중앙정부 예산(86조원)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한 기업집단의 외형이 중앙정부의 1년예산을 넘는 예는 한국이 유일하다.
IMF체제후 실물산업에 이어 금융까지 장악한 빅4는 경제력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돈줄을 장악한 빅4는 채권은행을 무서워하지 않으며, 채권은행을 통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려는 정부의 재벌개혁도 저항할 수 있는 거대한 힘을 구축했다.
장하성(張夏成)고려대교수는 『재벌개혁은 사업구조개선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없이 재벌간 빅딜에 치중, 핵심업종이 4대재벌로 집중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엄격히 분리하여 금융기관에 의한 재벌의 경제력집중 견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좌승희(左承喜)한국경제연구원장은 『재벌정책은 기간산업에 대한 진입규제로 상위재벌만 살찌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독과점폐단을 낳는 자동차등 주력업종의 시장 개방을 통한 경쟁 촉진으로 4대재벌의 과점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의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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