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芥川)상」 수상 작가인 재일동포 유미리(柳美里·31)씨가 「미혼모의 길」을 선택,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6일 발행된 「슈칸(週刊) 포스트」 최신호에 연재를 시작한 수기 「생명」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히고 배가 잔뜩 부른 모습도 공개했다.유씨는 이 수기에서 보통 여자의 모습을 드러냈다. 35세의 방송기자와 사귄 그는 잠자리를 함께 하고서야 그가 결혼한 남자임을 알았다. 몇번이나 유부남과 사귀면서 그들의 부인에게 괴로움을 안긴 경험이 있어 먼저 헤어지자고 밝혔다. 그러나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박차를 가해 잠시라도 좋으니 만나자고 먼저 비명을 지르듯 애원하게 된다』고 유씨는 썼다.
두 사람의 관계가 이어지면서 『별거중이다』 『곧 이혼한다』는 말과 달리 상대방이 아내와 자신 사이를 교묘히 오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괴로움이 밀어닥치면서 수면제의 양이 늘고 몸무게는 급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상대방에 대한 집착은 날로 커져 4월말 함께 한 잠자리에서 『당신 아이를 낳고 싶다. 한주에 한번, 한달에 한번이라도 아이를 만나러 오면 된다』고 속삭였다.
그는 5월말 약국에서 산 시약으로 임신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상대방에게 이를 알리는 자리에서 그는 『애를 낳고 헤어질 것이냐, 아니면 중절할 것이냐를 두고 극히 보통 여자처럼 울고 싶었고 그래서 울었다』고 밝혔다. 입덧이 심해지는 가운데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출혈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한때 중절을 결심했다. 하지만 『단죄하는 것같기도 하고 그에게 집착하는 나의 번뇌를 구제하려는 소리 같기도 한 고고(呱呱)의 소리를 듣고 그냥 병원문을 나섰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그의 결심을 재촉한 것은 또 있었다. 뮤지컬 극단의 극작가겸 연출가인 히가시 유타카(東由多加)의 식도암이었다. 17세때 연극배우의 꿈을 안고 상경한 이래 10년간 동거했고 헤어진 후에도 연락을 하는 사이였다. 히가시를 억지로 병원으로 끌고 가 식도암 진단을 받는다. 무심결에 자신이 입원했던 산부인과 병동을 바라보는 순간 화들짝 놀라 출산, 즉 미혼모의 길을 결심한다.
『삶과 죽음이 확실한 윤곽으로 다가서면서 태내의 생명과 히가시의 생명을 지켜야한다는 사명감에 흔들렸다. 하나의 생명의 끝남을 거절한 사람이 어떻게 또다른 생명의 시작을 막을 수 있을까. 태아와 암이라는 두 존재가 생명이라는 끈으로 묶여있는 듯한 불가사의한 느낌이었다』고 그는 수기에 썼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