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둑 1인자는? 두말하면 잔소리, 한국의 이창호다. 그렇다면 세계 바둑 최강국은? 자신있게 「한국」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세계 바둑의 삼두마차인 한·중·일 3국이 국가간 대항전을 펼치는 제1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 그 해답을 말해줄 것 같다.15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개막하는 농심배는 한·중·일 3국에서 정상급기사 5명씩이 출전, 승자가 상대를 바꿔가며 계속 싸우는 「연승전(連勝戰)」방식으로 단체우승을 다투는 대회. 다른 국제기전이 개인자격으로 참가하는 것에 비해 출전국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자웅을 겨루는 기전이기 때문에 그 결과는 3국의 전체적인 기력을 평가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대회의 전신인 진로배(92∼96년)에서 1회부터 5회까지 전 대회를 석권한 한국으로선 뉴밀레니엄의 개막과 함께 명실상부한 「세계 바둑최강」의 자리를 굳힐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최근 확정된 각 국의 진용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일본과 중국이 한국을 겨냥해 신예강호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는 것. 특히 현대바둑 종주국의 자리를 한국에 뺏길 위험에 놓인 일본은 한국 기사들에 유독 강한 「실전형」진용으로 배수진을 친 느낌이다.
조치훈(43)·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47)·왕리청(王立誠·41)9단 등 노장 「단골멤버」들을 과감히 제외하고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33)·조선진(29)9단, 야마다 기미오(山田規三生·27)7단, 야마시다 게이고(山下敬吾·21)5단 등 차세대주자 중심으로 대표진을 구성했다.
올해 59세의 나이에 일본 천원전 도전권을 획득한 「맏형」 구도 노리오(工藤紀夫)9단과 「이창호 킬러」요다를 제외하면 국가대항전에선 새 얼굴들이다.
중국 역시 창하오(常昊·23)·마샤오춘(馬曉春·35)9단 외에, 왕레이(王磊·22·97년 중국 패왕전우승)·뤄시허(羅洗河·22·97년 중국 명인전 준우승)8단, 치우준(邱埈·17·98년 전국 개인전 우승)4단 등 자국내 성적이 빼어난 20대 위주로 진용을 짰다. 이에 맞서게 될 한국대표들은 이창호(24)· 조훈현(46)·유창혁(33)9단 등 부동의 「3인방」과 국내 예선을 통과한 목진석(19)·김영삼(25)4단.
철옹성같은 「3인방」이 버티고 있는 한국바둑은 외형상 이번 대회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워낙 전력노출이 안된 새 얼굴들이 많은 터라 현 단계에서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금물. 특히 일본의 경우 역대 진로배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한국바둑에 강한 기사들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요다는 역대전적 7승2패로 이창호에 압도적 우위를 지키고 있으며, 야마다 기미오는 올해 제4회 삼성화재배에서 목진석 4단, 유창혁 9단, 김승준6단을 차례로 꺾고 준결승까지 진출한 강자. 현재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이창호와 불꽃튀는 접전을 벌이고 있는 조선진은 어느 누구보다도 한국 바둑에 정통하며, 야마시다는 96년 신인왕전 우승이후 일본 바둑계의 차세대 선두주자로 떠오른 비밀병기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상위랭킹 기사 몇명에 의해 결과가 좌우되는 연승전의 성격상 「3인방」이라는 확실한 백그라운드가 있는 한국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상대가 한국바둑에 경쟁력이 있는 기사들이므로 방심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제한시간 1시간의 속기전인 농심배는 15∼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1차전을 시작으로 내년 1월 17∼23일 일본 도쿄(2차전), 3월 21∼29일 서울(최종전)등 3국을 순회하며 계속된다. 우승상금은 1억5,000만원으로 출전선수가 똑같이 나눠갖는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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