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엉덩이 좀 만져주세요』 대본에 없는 대사다.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웃음을 참지 못한다. 2일 KBS 「남희석 이휘재, 한국이 보인다」의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장충동 평양면옥 주방. 한국 개그맨 중 애드립(즉흥대사)이 가장 뛰어나다고 정평 있는 남희석(28). 그의 생활 자체가 개그다. 그의 휴대폰 녹음음성을 들어보자. 『안녕하십니까. 남희석입니다. 요새 저보고 자꾸 변했다고 하시는데 제가 우유입니까? 변하게!』요즘 그가 개그계의 1인자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적어도 인기개그맨 차트를 보면. 「첫술에 배부르랴」는 그의 철학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더군요. 한 그릇 다 먹으니 배가 불러요』 밥을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먹듯 짧지않은 개그맨 생활 동안 웃음의 테크닉과 공식을 배웠고 타깃에 맞는 웃음의 유형을 만들어냈다.
그는 코미디든, 버라이어티쇼든 대본을 한 번 밖에 보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시간 내내 NG 한 번 내지 않는다. 대본에 얽매이다 보면 꽉 짜여진 연기와 대사만 나와 많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웃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특유의 경험론이 나온다.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다 보니 애드립도 어느 상황에 어떻게 해야할 지를 알게 됐지요』
사람들은 그를 「하회탈」이라고 부른다. 그가 웃으면 하회탈과 비슷한 표정이 되기도 하지만 순발력 있는 다양한 표정 연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애드립을 받쳐주는 표정 연기력이 있었기에 정상의 개그맨이 될 수 있었다.
TV에 나오는 이주일 아저씨가 너무 좋아 개그맨의 꿈을 안고 열한살 고향 충남 보령을 떠나 서울행 기차를 탔다. 판검사로 만들겠다는 부모의 바람은 그에게 안중에 없었다. 개그맨이 되기 위해 안양예고, 서울예술대학에 진학했고 91년 KBS 대학개그제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군제대 후 3년 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KBS 「폭소 대작전」 SBS 「TV 전파왕국」 등에서 특유의 애드립과 전투적인 연기로 시청자를 잡는데 성공했다. 터지지 않는 웃음보를 터뜨리게 하는 다양한 테크닉을 갖고 있지만 그도 인정하듯 편안하고 인간미 넘치는 웃음을 유발하는데는 다소 미흡하다. 『저와 같은 대회에서 입상한 김국진씨는 이런 점에서 대단히 훌륭해요. 김국진씨를 많이 배우고 있어요』
그는 그래서 백화점 쇼핑하다 발탁되거나, 광고 출연 등으로 한 번에 스타가 되려는 사람들을 과감하게 비판한다. 『함께 출연하다 보면 「미련 곰탱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준비가 안 돼 있어요. 프로라면 철저한 훈련과 준비를 해야지요』 마흔다섯쯤 돼 개그생활을 반추할 때 열심히 살았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SBS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에서 출연자들이 데이트의 승자로 이휘재의 꽃을 더 자주 받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 『젊은 사람들이 귀여운 스타일을 좋아해서지요. 저는 장난을 많이 쳐요』
그는 간간히 휘말리는 스캔들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말한다. 『유부남도 아닌 총각이 여자 만나는게 무슨 문제가 됩니까. 두 여자 만나봤는데 앞으로 열 명 정도 더 만나보고 결혼할 생각입니다』 「남희석 이휘재의…」 에 나온 출연자 중 마음에 들어 만난 여자도 있다고 했다. 『한의사 하는 여자 분이 마음에 들어 밖에서 다섯번 정도 만났지요』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안양예고, 서울예대 다니면서 섹시하고 예쁜 여자 얼마나 많이 봤겠어요. 예쁜 여자보다 저만 사랑할 수 있는 여자 만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그의 마지막 말에서 스타의 외로움이 묻어난다.
◆ 내가 본 남희석
남희석은 시청자를 어떻게 해야 웃길 수 있는지를 아는 개그맨이다. 그것은 천부적인 자질이 아니라 노력과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애드립의 템포까지 생각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선이 굵은 얼굴선을 최대한 이용해 표정연기를 잘 표출한다.
남희석의 약점은 너무 신중한 성격 탓에 실험적이거나 도전적인 개그 스타일을 개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좀더 과감하게 새로운 패턴의 웃음을 연구했으면 한다. /이용우 KBS PD
◇주요 출연 프로그램
91년 「유머 일번지」(KBS)
95년 「폭소 대작전」 「톱스타 인생극장」(KBS)
96년 「코미디 펀치펀치」 「TV전파왕국」(SBS)
97년 「충전 100%쇼」(SBS)
98년 「좋은 친구들」 (SBS)
99년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SBS·출연중), 「남희석 이휘재, 한국이 보인다」(KBS·출연중)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코미디연기상(99년), PD연합회상 MC부문(99년), 한국방송대상 진행자부문(99년)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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