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직동팀 대통령보고서 유출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결과 김태정 전법무장관이 보고서 내용 가운데 「7.건의」항목을 누락시킨 채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김전장관이 건의 부분을 누락한 이유에 대해선 『건의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누락 이유는 여러분들이 짐작하는 대로이며 자세한 것은 추후 공개하겠다』고만 밝혔다.검찰조사 결과 김전장관은 당시 전 신동아그룹부회장 박시언씨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집무실로 오라고 한 뒤「7.건의 」부분을 빼고 축소 복사해 놓았던 보고서를 『읽어 보라』고 건네준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에게 『음해하지 말라』고 경고하기 위해서 보여 주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그렇다면 김전장관은 왜 최순영 전신동아그룹회장의 범죄사실이 적시되고 「신속한 구속」이 필요하다는 「건의」부분을 뺀 채 박씨에게 보고서를 건넸을까.
박전비서관이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올린 날은 2월8,9일께이고, 최전회장이 검찰에 소환된 날이 2월10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황상 보고서가 올라간 직후 최전회장 구속이 전격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수사를 유보해왔던 검찰입장이 보고서로 인해 180도 달라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김전장관은 그 이유에 대해 『마치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최전회장을 전격 구속한 것처럼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인 자신의 판단이 아니라 청와대의 판단에 의해서 최전회장이 구속된 것으로 전해질 경우 「검찰 독립성」시비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검찰총장으로서의 체면 문제도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과 함께 청와대가 아닌 검찰총장의 위력을 과시하려는 차원이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옷로비 의혹에 대한 최종보고서의 결론이 「자작극」으로 나와 있어 범죄사실보다는 「자작극」으로 인해 구속했다는 식의 오해를 살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신동아측의 협박을 받고 있던 상황이어서「건의」부분이 신동아측에 알려지면 또다시 「역공」을 받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라는 것이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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