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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족이야기] "금복아, 사랑해 정말로 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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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족이야기] "금복아, 사랑해 정말로 널 사랑해"

입력
1999.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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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사랑하는 아내(이금복)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7개월에 걸친 피눈물나는 투병과 간병이 헛되이. 아내가 눈을 감기 며칠전 내가 속한 한화이글스는 창단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줬다. 그 우승컵은 평생 마누라 고생만 시킨 못난 남자가 아내에게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선물이 됐다. 나의 가족이야기는 이별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님은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실향민이셨다. 1.4후퇴때 작은 아버님과 둘이서 남한으로 내려오셨다고 들었다. 그러나 어릴적 아버님을 잃었기 때문에 당신에 대한 기억은 뚜렷이 남은 것이 별로 없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무척 엄하게 나를 키우셨다는 기억뿐…. 편모슬하의 2남1녀중 장남.

야구를 시작하여 경동고등학교에 다닐때 청룡기대회로 기억이 되는데 포수를 보다가 파울타구가 남자의 중요부분을 맞는 바람에 (그때에는 보호대가 없었다) 통증으로 운동장에서 정신없이 뒹굴었다. 그때 『승안아, 괜찮니. 아이구!』하시며 어느새 어머니께서 동대문야구장 팬스를 뛰어넘어 들어와 펄펄 뛰시던 기억이 난다. 우리 어머님은 그런 분이다. 그런 어머님도 작년에 돌아가셨다.

그때 운동장을 뛰어 넘으시다 다친 것으로 추정되는 무릎관절염과 약간의 뇌졸중 증세가 있었고 2년정도 거동을 못하시다가 그만 세상을 뜨시고 말았다.

장남으로 어머님께 효도한번 제대로 못해 드렸다. 광주니 대전이니 돌아 다니며 살았기 때문에 어머님은 나보다 막내동생집에 머무시길 좋아하셨다. 현재 우리 가족은 원상, 민상이 아들 둘과 장모님 그리고 나….

집사람은 나의 첫사랑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 정릉에서 같은 성당을 다녔다. 멀리서 몇번 보았지만 참으로 예뻤고 한번 사귀어보고 싶었지만 접근하기가 어려운 상대였다. 그러나 운명이 우리 둘을 묶어 놓을려고 그랬는지 난 프로야구 MBC청룡 창단멤버로 방송국을 자주 드나들었고 마침내 어릴 적 그렇게 보고싶었던 금복이를 주차장에서 우연히 만날수 있었다.

그때 누군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억지로 소개를 부탁하여 만날 수가 있었다. 그날은 마침 탤런트들이 작품을 끝내고 쫑파티를 하는 날이었다. 술집에 같이간 사람중 고영수 형만 생각이 난다. 개그맨 고영수씨는 자연스럽게 우리 둘의 관계를 이끌어주었고 술잔을 앞에 두고 한잔도 못하는 금복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때부터 가까워진 우리 둘은 서로 나이가 찬 관계로 결혼을 전제로 교제를 했다.

금복이는 탤런트 중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또순이 기질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된 속옷 한번을 입어보질 못했을 정도이다. 조카들이 입던 내복을 물려받아 헤어지도록 꿰매입고 가랑이가 찢어지면 헝겁을 대고 기워입혀서 나랑 많이도 싸웠다.

아내의 절약하는 습관은 장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 같다. 외람되지만 우리 장모님 별명은 「중국놈 빤쓰」다. 버리는 것이 없었다. 뭐든지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습관이 있다. 그러한 장모님도 우리 금복이 한테는 두손두발 다 드셨다. 금복이가 하늘 나라로 간후 집안 정리를 했는데 옷장에 뜯어보지도 못한 새옷들이 하나 가득 나왔다. 내가 아내에게 사준 핸드백, 속옷, 화장품등 그밖에 너무도 많은 것들이 새 것인채로 쏟아져나왔다.

프로야구선수 생활17년. 적지 않은 돈을 벌었지만 중간에 실수로 엄청난 돈을 잃어 버린 적이 있었다. 노름에 손을 댄 적도 있었고 친구들 보증을 섰다가 2번이나 낭패를 보았다. 집사람의 고충은 말로 할수 없을 정도였지만 우린 슬기롭게 극복하였다.

집사람이 또순이 짓만 한 것은 아니다. 선수생활을 은퇴하고 1년을 쉴 때였다. 하루는 집에 돌아와보니 집앞에 그렌저승용차가 떡 버티고 있었다. 『아니 이거 누구 차야?』. 집사람은 『응, 자기 차야. 놀고있을때 기죽지 말라고』.

집사람이 떠난후 난 그동안 집사람이 관리했던 통장을 보았다. 보험, 연금, 신탁에 나는 물론이고 아이들까지 따로 들어놓은 차세대저축등등…. 아내는 이렇게 자기가 아닌 가족들을 위해 모든 인생을 바쳤다. 그 통장들을 보며 나는 참으로 많이 울었다.

중학교 1학년 원상이는 잠신중 야구선수이다. 신체조건도 우수하고 좋은 머리를 갖고 있어 전문가인 내가 객관적인 평가를 하여도 앞으로 한국야구에 선두주자가 될만큼 소질이 보인다. 초등학교 4학년인 민상이도 3학년때 잠시 야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아내가 웃으면서 한 말이 생각난다. 『내 팔자는 야구복 빨다가 죽을 팔자네』 그녀는 정말로 야구복만 빨다가 하늘나라로 갔다.

이제 내가 아내를 위해 할 일은 우리 원상, 민상이를 잘 키워 집사람이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을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금복아, 사랑해 정말로 널 사랑해』.

◇유승안 코치 ◇89년 유씨 가족. 유씨 부부는 33세, 원상이와 민상이는 각각 네살, 한살. 70∼80년대 「수사반장」「설중매」등에 출연했던 탤런트 출신의 부인 이금복씨는 83년 유씨와 결혼, 행복한 가정 생활을 하다 5월 금성 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다 지난달 14일 눈을 감았다.

◇유승안은 누구 : 56년 서울 생. 경동고 졸업. 한일은행(76∼79), MBC청룡(82∼83), 해태타이거즈(84∼85)에서 활동. 아마야구협회 선정 78, 79, 80 3년 연속 홈런왕. 89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통산 홈런 92개. 현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 2군 감독 겸 스카웃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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