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담이 결렬된데 대해 세계 각국은 사안의 중대함과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 시간적 제약때문에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각국은 회담의 실패가 주최국인 미국의 준비부족과 지나친 밀어부치기 때문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대부분 WTO 협상의 재개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샬린 바셰프스키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3일 『WTO 각료회담이 결렬된 것은 각국 대표단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셰프스키 대표는 『각국의 대표들이 협상에 열심히 임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이곳에 왔지만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데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 결렬이 미국 대선과 관련한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일부의 주장을 부인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회담의 결렬에도 불구하고 WTO 협상이 신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4일 말했다. 슈뢰더 총리는 이날 『시애틀 각료회담 결렬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로 인해 다음 회담이 지연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일본 외무장관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4일간의 기간이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는 『이번 각료회담의 결렬 의미를 과장해서는 안된다』면서 『성급한 해결책 마련보다는 결렬이 낫다』고 말했다. 조스팽 총리는 회담에 대한 준비가 좀 더 철저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WTO 각료회담 결렬이 선언된 4일 미 시애틀에서는 협상 기간내내 반WTO 시위를 벌였던 비정부민간기구(NGO) 회원의 자축 시위가 밤새도록 이어졌다. NGO들은 『WTO 회담 결렬은 곧 NGO 운동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번 회담을 계기로 NGO는 세계 만방에 위력을 입증함으로써 민간운동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자평했다.
NGO 대표들은 자신들이 그야말로 질풍노도와 같이 시애틀 거리로 달려나가 WTO 회담을 무산시키는데 성공했다고 자찬했다. 이번에 시위를 주도했던 「직접행동 네트워크」의 줄리에트 벡 대변인은 『우리는 회담을 중지시키고 WTO를 우루과이 라운드의 끝, 제네바로 돌려보냈다』고 환호했다.
미국 소비자운동의 거두 랠프 네이더는 『세계 역사상 이처럼 많은 민간운동기구가 힘을 결집해 모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WTO 각료회담의 결렬은 클린턴 미 행정부에 큰 타격을 줬다고 미 언론들이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5일 시애틀회담이 결렬됨으로써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을 이끌어나가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큰 패배를 안게 됐다고 보도했다. 클린턴 대통령으로서는 지난 여름 상원의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 비준거부에 이은 외교분야에서 두번째 패배이다.
클린턴 행정부의 관리들도 시애틀 WTO각료회담이 「큰 실패」였다는 점을 시인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이번 회담중에 제기된 의제들로 인해 노조측의 지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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