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시애틀 각료회담 결렬은 우리 대표단이 우려한 「최악의 상황」이다. 시애틀 각료회담이 타결된후 뉴라운드체제를 위한 구체적인 협상이 본격화하면 이후 몇년동안 국제 통상무대에는 협상 분위기가 지배하게 된다. 강대국들의 보복분위기가 크게 완화하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따라서 수출확대의 장애물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현실이 벌어졌으니, 결과 역시 기대와는 정반대일 수밖에 없게 됐다.특히 뉴라운드체제와는 달리 선진국들의 주장대로 내년 1월부터 즉각 농산물과 서비스 분야의 추가개방 압력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나라로서는 농산물과 서비스시장등 민감한 분야의 추가개방문제가 우리 대표단의 주장과는 달리, 현안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먼저 2004년까지 개방을 유예받았다는 쌀 시장이 불안해졌다. 쌀 시장 개방에 대해 정부는 당초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에 정해진 사항이기 때문에 시애틀 각료회담에서 논의될 문제도 아니고, 협의하지도 않겠다고 했지만 농산물수출국들의 공론화를 저지하지 못했다. 쌀 시장 개방문제가 다시금 「발등의 불」이 되고 만 것이다.
또 농산물 관세를 「점진적으로」(further) 인하해야 한다는 우리의 주장도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리는 국내보조금에 대해서도 점진적인 감축을 원했으나 「대폭적인」 감축으로 협상 분위기가 흘렀고 임수산물을 공산품과 별도로 다루자는 우리 주장은 협상 개막당일 스스로 철회되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반면에 우리가 관심을 가졌던 공산품의 추가개방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고 일괄적으로 관세를 인하하고자 했으나 품목별로 인하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측 협상단은 결국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했다』는 비난과 함께 앞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시애틀=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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