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6일 저녁 총리 공관을 방문, 김종필 총리와 부부동반으로 만찬을 함께 한다. 대통령의 총리 공관 방문은 의전상 파격에 가까운 것으로 김총리를 예우하겠다는 김대통령의 배려가 엿보인다. 총리 공관 방문도 김총리의 요청이 아니라 김대통령이 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총리를 향한 김대통령의 예우는 의전적 측면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각별한 배려는 대개 「떠나는 사람」에게 배풀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대통령의 예우는 김총리의 조기 당복귀 의사를 수용하겠다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만찬에서 김총리의 조기 사퇴를 만류하기 보다는 후임 총리 인선과 내각 개편의 방향을 상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총리가 총리직을 떠나더라도 공동정권의 정신을 유지한다는 상징적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김총리가 자민련으로 복귀하고 박태준 총재가 총리를 맡지 않으면 공동정권의 결속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김대통령과 김총리가 두 달여 동안 만나지 않자, 『공조에 균열이 생겼다』 『김총리가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내각제를 연기시켰는데도 김대통령이 무관심해 섭섭해했다』는 뒷말들이 나돌았다.
그러나 청와대 등 여권 핵심부에서는 『DJP 공조는 불변』 『DJP 우정은 돈독하다』는 반박이 나온다. 청와대 박준영 대변인도 5일 공동정권의 성격변화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대통령의 방문을 의미있게 봐달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태준총재가 총리를 맡으면 공동정권의 틀을 유지하는데 별 무리가 없다. 하지만 박총재가 총선출마를 고수하면, 김대통령과 김총리는 이번 만찬회동에서 양쪽의 연을 유지할 수 있는 제3의 인물을 찾아야 한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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