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 전법무장관은 구속 첫날 밤을 거의 뜬눈으로 지샌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밤10시30분께 말없이 서초동 대검청사를 출발하는 전직 검찰총수를 지켜보던 검찰 고위간부들도 아무 말이 없었다.○…4일 밤11시께 서울구치소에 도착한 김전장관은 입소절차를 거친 뒤 수인번호「3223」구치소 복장으로 갈아입고 1동 독거실로 옮겨졌다. 김전장관은 불과 몇달전 교정행정의 총수였던 자신을 미결수로 맞이해야 하는 교도소측의 부담을 의식, 『일반 미결수와 똑같이 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앞서 김전장관은 대검청사에서 심경을 묻는 보도진의 요청에 일절 답하지 않고 특유의 큰 걸음으로 현관을 나섰다. 검찰은 김전장관에게 통상 구속집행에 쓰이는 수사차량 대신 검사장용 관용차량을 제공했다. 신승남 대검차장과 신광옥 중수부장은 1층까지 나와 멀찌감치서 구속집행 장면을 지켜보는 것으로 전직 검찰총장에 대한 예우를 대신 했다.
○…박만 대검감찰1과장으로부터 구속영장 발부 소식을 전해들은 김전장관은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듯 한동안 망연자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중수부장은 『김전장관이 처음에는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으나 나중에는 마음을 다 잡았고 「담담하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김전장관은 또 수사팀에게 『본의 아니게 이렇게까지 돼 검찰에 정말 미안하게 됐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오전10시 박순용검찰총장 주재로 열린 검사장회의에선 김태정 전장관에 대한 영장청구를 놓고 2시간 동안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새벽4시까지 조사를 마친 뒤 영장청구 건의를 올린 수사팀은 검사장 회의에 참석, 김전장관의 범죄사실과 범행정황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신동아 음모론이 제기된 데 이어 김전장관을 여론의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동정론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엄정 처리」라는 대세에 압도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보고서 유출 사안만 보면 구속이 너무하다는 측면이 있을 수 있으나 사회적 파문 등을 감안할 때 구속영장청구는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퇴근시간을 5분 남긴 4일 낮12시55분께 김 전장관에 대한 영장이 청구되자 서울지법 박형남(朴炯南)영장전담판사는 퇴근을 미루고 도시락으로 점심을 대신한채 500여쪽에 달하는 기록검토에 들어갔다. 박판사는 토요일 오후에 청구된 사건이라 당직판사에게 넘길 수 있었지만 후배들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으려 자신이 직접 영장발부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전장관의 법조계 지인들이 서로 향후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변호를 맡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김전장관이 법무부 차관시절 장관이었던 안우만(安又萬)변호사와 법무법인 화백의 대표 변호사인 천경송(千慶松)전대법관 김석휘(金錫輝)전법무부장관이 기소 후 재판을 담당키로 했다. 김 전장관측 한 변호사는 『검찰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공문서변조 및 행사 부분은 재판과정에서 충분히 다퉈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