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타결전망조차 불투명하던 세계무역기구(WTO) 시애틀 각료회담이 예상을 뒤엎고 급속히 타협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은 「그린 룸」(Green Room) 회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미국과 유럽연합(EU), 우리나라 등 농산물 관련 주요 20여개국은 1일과 2일(현지시간) 하루에 6-10시간씩의 마라톤 그린 룸 회의를 열어 핫이슈였던 수출보조금 문제에 대한 타협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그린 룸 회의는 총회라고 할 수 있는 전체회의와 분과위원회격인 작업반(워킹 그룹)회의 등 공식 모임과는 달리 소수 관련국들의 비공식 회합이다.
전체회의나 작업반 회의가 난관을 뚫지 못할 때 각료회담 의장인 샬린 바셰프스키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소집하는 것이다. 참여국 숫자가 많아야 20개를 넘지 않는 그린룸 회의는 아침 일찍이나 밤 늦게 수시로 소집되며 시간제한없이 무제한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주요 분야에서 그린룸 회의에 참석, 막후 협상을 벌였다.
당초 그린룸은 스위스 제네바의 WTO 사무총장방 옆의 회의실을 지칭하는 것으로 벽지 등이 초록색으로 돼있는데서 유래됐다.
마이크 무어 WTO 사무총장은 이번 시애틀 각료회담 이전에도 첨예한 이해대립을 보이는 현안이 발생할 때 제네바의 각국 대표들을 이방으로 불러 타협을 이끌어내곤 했다.
하지만 이같은 소수 그룹 회의에 대해 상당수 개도국들과 후진국들은 WTO의 투명성을 저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린룸 회의가 민주주의에 반하는 밀실야합의 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애틀 각료회담 5개 작업반에 WTO 제도개선 작업반이 설치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어쨌든 그린룸은 시애틀 회담에서도 효율성에서 진가를 발휘, 「대타협의 산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시애틀=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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