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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 이겨냈지만 금융.관료개혁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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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 이겨냈지만 금융.관료개혁 미흡

입력
1999.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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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동안 진행된 우리나라 구조개혁에 대한 해외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우리나라 정부가 발빠르게 기업·금융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시장에 대한 과도한 정부개입을 야기했고, 우리 정부가 지금의 경기회복에 자만하여 은행 민영화, 기업 및 행정 개혁 등을 게을리할 경우 또다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의 원인은 시장의 부재

우리나라 경제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는 참석자들 모두 「시장경제의 부재」를 꼽았다. 97년 IMF의 협상실무대표를 맡았던 휴버트 나이스 IMF아·태담당국장은 『한국의 경제위기는 은행의 위기이자 국제수지의 위기였고 더 근본적으로는 구조적 취약성이 누적된 때문』이라며 『금융은 불충분한 감독 및 건전성 규제의 미비로 곤경에 처해 있었고 기업은 과다한 부채, 과잉투자 및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지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 구조개혁은 성공적, IMF 프로그램은 논란

대부분 참석자는 우리 정부가 발빠르게 구조개혁에 대한 프로그램을 진행했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2년만에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그나지오 비스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총국장은 『한국경제가 조기에 회복된 것은 한국정부가 시장경제 지향을 위한 광범위한 구조개혁 프로그램을 발표함에 따라 대외 신뢰를 회복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구조개혁은 OECD 회원국이 추진했던 개혁중 가장 광범위하고 강도가 높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나이스 IMF아·태담당국장도 『일부에서는 IMF의 고금리 정책과 즉각적인 구조개혁 추진에 대해 비판을 제기했지만 비상사태에서 고통없이 신뢰를 회복하고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사카키바라 일본 전 대장성 재무관은 『구조개혁은 외국기업에 대한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것으로 부채비율 200% 이상의 기업도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면 200%라는 숫자는 의미가 없다』며 IMF의 일방적 구조개혁 프로그램을 비판하기도 했다.

● 금융·기업·행정개혁은 여전히 남은 과제

비스코 OECD 경제총국장은 『금융기관 지배구조를 개혁하는 것은 여전히 남은 과제』라며 『특히 부실 은행에 정부가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정부 지분을 대거 늘렸는데 이를 시급히 민영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구조조정은 시한을 설정해 추진하기보다 시장에서 스스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회생불가능한 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말고 도산을 허용, 자발적 구조조정이 확산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시스 퍼킨스 호주 외교통상부 동아시아 분석실장도 『한국의 은행이 두뇌역할을 하게하고, 재벌에만 신용을 주는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책은행을 시급히 민영화해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특히 한국의 관료들도 이제 믿을만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행정개혁을 과감히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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