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 전법무장관은 3일 신광옥 대검중수부장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다』고 토로했다.김전장관과 신중수부장은 이날 조사에 앞서 15분여동안 마주 앉았다. 김전장관 출두 직후 대검 청사 7층 중수부장실에서 얘기를 마치고 나온 두사람의 얼굴은 경직됐고, 특히 신부장은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이었다. 김전장관의 얼굴도 굳어져 있었고 눈가는 붉게 충혈돼 있었다. 김전장관과 신부장은 각각 광주고와 광주일고를 나온 동향으로, 이들에게 「15분동안의 만남」은 그만큼 곤혹스런 자리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중수부 조사실로 향하는 김전장관에게 신중수부장은 특별히 더 할 말을 잃었고, 김전장관도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괴로움이 얼굴에 떠올라 있었다.
신중수부장은 김전장관과의 만남이 끝난 뒤 『검찰조사에 협조를 당부하는 의례적인 얘길 나눴고, 김전장관도 심경을 토로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뭔가 김전장관이「중량감」있는 발언을 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왔다.
신중수부장은 김전장관에게 『검찰이 일시적으로는 여론의 비판을 받더라도 과거를 털고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제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혀야 되지 않겠습니까』라며 모든 것을 진술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감이 교차하던 김전장관이 조직을 앞세운 신중수부장의 간곡한 설득에 최초보고서 추정문건의 출처를 알 수 있는 말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전장관은 『재벌총수를 구속했다가 결국 역공을 당해 내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취지로 억울한 심경을 토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전장관은 또 이같은 자신의 심정을 「죽고 싶다」고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전장관은 최초보고서 출처 등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전장관은 검찰 출두전 결백을 주장하자는 참모진의 잇딴 건의에도 『내가 모두 떠안고 가겠다』며 신변을 정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전비서관의 경질소식을 접하고 『내가 이 꼴이 됐는데 누가 이제 재벌 수사를 하겠느냐』『우리 두사람(자신과 박주선전비서관)이 죽는 것은 끝까지 최순영전회장 구속을 주장했기 때문』이라며 격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김전장관은 수사검사에게 『검찰조직과 국가장래를 위해 밝힐 수 없다』고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자신의 사법처리가 정해진 수순임을 읽고, 이에 순순히 응하되 더이상 희생자는 만들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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