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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전법무 눈시울 붉히며 조사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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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전법무 눈시울 붉히며 조사실로

입력
1999.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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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10시30분께 서초동 대검 청사에 도착한 김태정 전법무장관은 6개월 전까지만해도 검찰총수로서 당당하게 출근하던 그 자리에 피의자 자격으로 서게 된 탓인지 몹시 긴장되고 굳은 모습이었다. 김전장관은 평소 입던 옷이 커보일 정도로 체중이 줄고 얼굴도 핼쑥해 보여 그동안의 고뇌를 짐작케 했다.○…김전장관은 변호인인 임운희(林雲熙)변호사와 함께 예정보다 30분 늦게 출두했다. 김전장관은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예우하기 위해 마중나온 검찰 직원의 안내로 청사에 들어선 뒤 보도진들에게 잠시 포즈를 취했다. 김전장관은 그러나 『최초보고서 출처는 어딘가, 외압의 실체는 무언가』 등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앞만 주시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 신광옥(辛光玉)중수부장실로 향했다. 신중수부장은 이종왕(李鍾旺)수사기획관과 함께 김전장관과 15분여동안 차를 마시며 조사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방을 나서는 신부장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중수부 조사실로 향하는 김전장관의 눈시울도 붉게 물들어 있어 심각한 대화가 오갔음을 짐작케 했다.

○…김전장관에 대한 조사는 주임검사인 박 만(朴 滿)대검감찰1과장이 맡았다. 박과장은 김전총장과 별다른 인연이 없어 주임검사로 임명됐지만 전직 검찰총장을 조사해야 하는 부담감에 신문사항을 숙독·정리하느라 밤잠을 설친 것으로 전해졌다. 신중수부장과 이기획관도 김전장관이 묵비권을 행사할 것에 대비, 2일 밤 퇴근을 미룬 채 청사에 남아 신문사항을 꼼꼼히 검토했다.

박과장은 조사실에 들어선 김전장관에게 목례를 하는 등 예우를 갖췄으며 조사중에는 「님」자를 빼고 「장관께서는」이라는 식의 호칭을 사용하며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전장관이 조사를 받는 동안 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 등 검찰 수뇌부는 구수회의를 잇따라 갖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또 이날 대구지검 초도순시 및 김천지청 준공식에 참석했던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은 당초 1박2일 일정을 앞당겨 이날 오후 급거 상경, 수사상황을 보고받았다.

○…TV로 김전장관의 소환 장면을 지켜본 일선 검사들은 『1999년은 검찰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런 한해』 『어떻게든 빨리 사태가 수습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등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김전장관의 사법처리 가능성이 점쳐지자 『도대체 어쩌다 검찰이 이 지경이 됐느냐』며 『전직 총장이 검찰조사를 받고 재직중 잘못으로 사법처리되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김전장관에 대한 동정론과 비판론이 교차했다. 일부는 『김전장관은 재벌의 실패한 로비 때문에 생겨난 희생양』이라며 『로비를 한 재벌은 그냥 놔두고 로비를 받은 사람만 처벌해야 하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김전장관이 올 1월 대전 법조비리사건 때 소장검사들의 건의를 수용, 깨끗이 사퇴했다면 오늘처럼 추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김전장관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김전장관이 이날 30분가량 늦은 것은 김전장관이 전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전장관은 2일 밤 늦게까지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와 얘기를 나누다 3일 새벽에야 잠자리에 들었고 이 때문에 이날 늦게 일어나 목욕을 한 뒤 검찰에 출두하다 늦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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