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자존심」 유로의 심리적 저지선인 1달러가 무너졌다. 유로는 2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처음으로 한때 0.9995달러로 떨어졌다. 이후 1달러선으로 복귀해 1.0015달러로 장을 마감했으나 3일 낮 도쿄시장에서 1.0014달러에 거래되는 등 약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반면 엔화는 달러당 100엔선을 위협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어 달러, 유로, 엔 등 세계 3대 통화의 등가(等價)시대가 전개되고 있다.유로 약세는 유럽으로 여행하는 미국인이나 유로 11개국 수출기업 등에게 희소식이지만 미국 및 일본 수출업자에게는 부담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이 유럽경제의 더딘 회복에 실망, 유로 대신 달러와 엔을 사고 있기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유럽의 기관투자가마저 엔화를 사는 바람에 닛케이지수가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소극적인 대응과 독일 정부의 부실기업 지원 등도 약세를 부추킨 것으로 풀이됐다. 빔 뒤젠베르그 ECB총재는 유로화 폭락과 관련, 『독일 정부가 유럽이 시장 주도의 경제를 원한다는 이미지를 고양시키지못했다』며 홀츠만사의 구제와 영국 보다폰사의 만네스만 인수시도 반대를 비판했다. ECB는 그러나 2일 정례이사회에서 유로화를 높이기 위한 시장개입을 거부했으며 주요 금리도 변화없이 유지했다. 이는 유로권 경제성장률이 올해 2%에서 내년과 후년 3%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인플레이션은 1.1%에 그쳐 ECB의 경고수준(2%)을 밑돌고 있기때문이다. 뒤젠베르그 총재는 장기적으로 유로화 가치를 높이기 위한 개입가능성을 배제하지않았으나 『유로 자체로는 통화정책의 변화를 유발하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대장성장관은 『유로 약세가 엔화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지않을 것』이라고 언급, 유로 반전을 위한 협조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국도 최근 「유로 약세-엔 강세」 기조가 미국의 경제흐름과는 관계없이 일본과 유럽 자체의 상황에서 비롯됐다고 판단,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않고 있다. 이에 따라 유로 약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유로는 올 1월 1.1789달러로 출범, 1.1886달러까지 상승하기도 했으나 최근 약세로 달러 대비 16%, 엔화에 비해서는 23% 가량 떨어졌다.
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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