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물' 비밀이 벗겨질까

화성 극지 탐사선 「랜더」(Mars Polar Lander)가 3일 오후 3시15분(한국시간 4일 새벽 5시15분) 화성에 착륙한다. 지난 1월3일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를 출발한지 11개월만이다.미 항공우주국(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는 1일 랜더의 화성착륙에 앞서 마지막 궤도조정을 마치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JPL측은 랜더가 착륙지점인 화성의 남극으로부터 800㎞ 떨어진 남위 76도, 서경 195도 지점을 향해 현재 시속 1만9,300㎞로 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7년 7월 패스파인더에 이어 2년여만에 화성에 착륙하는 랜더의 임무는 화성에 물이 존재하는지를 탐사하는 것. 화성은 과학자들 사이에 과거 물이 풍부했었다는 가설이 제기돼왔고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가장 높은 행성으로 꼽혀왔다. 랜더는 이 가설의 사실 여부를 밝히기 위해 우선 착륙 다음날인 4일부터 본격적인 물 탐사 작업에 들어간다. 로봇 팔로 표면에 있는 암석과 흙의 샘플을 채취해 가열한 다음 수증기가 나오는지를 분석하는 것. 수증기가 나온다면 화성의 토양에 얼음이 존재하는 것이고 물이 있다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랜더가 화성 표면에 착륙하기 10분전 랜더에서 튀어나갈 두개의 쌍둥이 탐사선 「딥 스페이스 2」(Deep Space 2)는 화성의 지표면 아래 1㎙까지 파고들어가 역시 수증기 분석을 통해 얼음의 존재 여부를 확인한다. 지표면에서는 수분이 사라졌더라도 지하에서는 얼음 형태로 남아있을 수 있기때문. 딥 스페이스 2는 야구공 크기이지만 시속 700㎞의 속도로 떨어져나가 화성 표면으로 파고들기때문에 지표면과의 충돌시 발생하는 충격과 마찰열에 견딜 수 있도록 두꺼운 껍질로 싸는 바람에 농구공만한 크기로 커졌다.

랜더는 또 마이크로폰을 장착해 화성 표면에서 나는 온갖 소리를 지구로 전송한다. 76년과 97년 화성에 착륙했던 바이킹 1, 2호와 패스파인더는 화성 표면의 사진만 보내왔다. 랜더가 보내오는 소리를 통해 과연 화성의 바람은 어떻게 존재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 화성의 소리는 웹사이트(www.planetary.com)를 통해 중계방송될 예정.

랜더 프로젝트의 총비용은 3억2,760만달러. 우주선 개발에만 1억9,310만달러가 투입됐고 발사비용으로 9,170만달러, 탐사비용으로 4,280만달러가 들어갔다. 그러나 랜더와 함께 발사돼 당초 지난 9월 화성에 착륙할 예정이었던 기상 탐사선 오비터는 수학계산의 오류로 인해 화성 대기권 진입도중 사라지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랜더는 착륙후 화성의 여름이 끝나는 내년 3월1일까지 물 탐사 임무를 수행할 예정. JPL은 화성의 여름이 지나면 태양열로 에너지를 얻는 랜더가 활동하기 힘들어 임무를 종료할 수 밖에 없지만 기상상태가 좋을 경우 임무수행 기간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박정태기자

jtpark@hk.co.kr

■화성은 어떤별

「신비의 붉은 별」 화성은 동서양인 모두에게 불을 연상시켰다. 동양에서는 불을 뜻하는 「화」(火)로, 서양에서는 전쟁의 신 「마르스」(Mars)로 이름을 지었다. 화성이 붉은 빛을 띠는 것은 토양속의 철분 성분때문. 또 여름철에 부는 최대 시속 560㎞의 강한 모래폭풍이 일면 하늘이 붉게 물든다.

화성의 크기는 지름 6,792㎞로 지구의 절반 보다 조금 크고 감자 모양의 포보스와 데이모스라는 2개의 위성을 갖고 있다. 화성은 태양계에서 지구와 환경이 가장 비슷한 행성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처럼 자전축이 25.2도(지구는 23.4도) 기울어져 있어 4계절이 있고 자전주기도 24시간37분으로 지구와 비슷하다. 태양으로부터 2억2,790만㎞(지구-태양간 거리의 1.5배) 떨어져 있어 공전주기는 687일(669화성일)에 이른다.

화성은 대기층이 얇고 기온이 영하 80-20도 정도로 낮다. 화성의 표면은 지구의 사막을 연상시키는 황폐한 모습이며 토양 성분은 철, 규소, 칼슘, 알루미늄 등으로 이뤄져 있다. 대기는 95%가 이산화탄소이며 질소, 아르곤 등이 포함돼 있다. 미 항공우주국은 2005년께 화성의 토양을 지구로 가져올 토양운반선을 발사할 예정인데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유인우주선의 화성착륙도 머지않아 실현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