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가 국제사회 무대로의 복귀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리비아는 지난 4월 미 팬암기 폭파사건 혐의자를 유엔에 인도하면서 국제사회의 경제봉쇄가 속속 해제되자 최근에는 서방국가들과 경제관계 뿐아니라 외교관계의 정상화도 서두르고 있다.1일에는 이탈리아의 마시모 달레마 총리가 이틀간의 일정으로 리비아를 방문했다. 달레마 총리는 유엔이 92년 리비아에 대해 경제제재조치를 취한 이후 리비아를 방문한 첫번째 서방 정상이다. 그는 리비아의 국가원수 무아마르 가다피와의 회담에서 『이탈리아가 리비아와 유럽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겠다』며 리비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영국도 조만간 리비아와의 국교를 정상화할 전망이다. 로빈 쿡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달 22일 단교 16년만에 리비아와의 외교관계를 정상화할 뜻을 분명히 했다. 쿡 장관은 하원에서 『지난 84년 주영 리비아대사관 앞에서 살해당한 여경찰의 유족에 대한 리비아의 보상이 이미 끝난 상태』라면서 『이로써 리비아와의 외교관계 복원의 걸림돌이 모두 제거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리비아와 유럽국가의 관계회복 시도는 서로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때문. 우선 유럽국가들은 매장량 300억 배럴의 석유와 천연가스 등 풍부한 지하자원과 각종 대형 건설공사 등 경제적 매력에 이끌리고 있다. 미국과 유엔의 경제제재가 발동되고 있는 중에도 유럽의 기업들이 리비아의 유전사업 등에 참여, 리비아를 「깡패국가」로 규정한 미국과 마찰을 빚어왔었다.
리비아의 경우 그동안의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해 유럽국가의 도움이 절실한 입장이다. 유엔의 경제제재로 인한 경제침체를 탈피하고 아직도 독자적으로 각종 제제조치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으로부터의 압력을 떨쳐내기 위해서다. 가다피가 유엔의 제재조치 해제후 콩고와 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 분쟁의 중재자로 적극 나서고 9월초에는 아프리카 단결기구(OAU)를 리비아에서 개최하는 등 활발한 외교활동을 벌이며 「이미지 변신」 작업을 시도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가다피의 노력은 유럽국가와의 관계 개선이라는 성과 외에도 미국으로부터도 일단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미국은 팬암기 폭파사건의 범인이 유엔에 인도된후 리비아와 외교접촉을 벌어 지난 7월 의약품과 식량교역을 허용하는 등 제한적이나마 제재를 완화했다. 로널드 노이만 국무부 차관보도 지난달 30일 워싱턴 중동연구소에서의 연설을 통해 『리비아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테러지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라며 종래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평가를 내렸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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