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 제30차 총회를 위해 전세계 유네스코 위원들이 한데 모인 자리의 특별포럼 연사로 석학 두 사람이 초대되었다. 「강대국의 흥망」을 쓴 미국 예일대 폴 케네디 교수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 세계화 문제를 주제로 한 이 포럼에서 케네디 교수는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세계화를 추진하는 것은 범지구의 정보망 건설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현재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인구는 전세계 인구의 4%(2억 4,000만명)다. 하지만 미국은 그 나라 인구의 25%(5,000만명)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지식과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점점 커질 것이다. 세계 지도자들과 기구들이 발전의 균형을 위해 「정보 접근」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다가올 천년의 가장 큰 화두는 「지식」을 둘러싼 문제일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아니 케네디의 지적처럼 지식과 정보는 벌써 우리 삶의 틀을 결정하는 큰 문제로 불거져 있다. 개인은 물론 조직과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정보가 될 것이다. 지식을 얼마나 빨리 얻느냐고 삶의 성패를 가름하고, 정보를 얼마나 체계있게 공유하느냐가 조직의 흥망을 결정짓는다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지식의 공유화 사업을 위해 97년 출범한 새문명아카데미(이사장 권영선·//nanumi.net)는 최근 관련 기관인 한국지식공유센터를 중심으로 지식공유화를 체계있게 모색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포럼을 잇따라 연데 이어 10월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민간주도의 지식공유시스템 모색과 지식대국의 길」이라는 주제로 지식공유 정책 세미나를 가졌다. 이어 이달 11일 프레스센터 19층에서도 「국가지식공유 네트워크 운용 및 지식국가로의 이노베이션」 심포지엄을 연다.
지난 포럼에서 아카데미는 지식공유사회를 만들기 위한 효율적인 방안, 조직의 체계적인 지식관리 문제 등을 다양하게 토론했다. 시민단체의 정보화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평화마을 전응휘 사무처장은 포럼에서 『시민운동에서 볼 때 지식사회의 큰 과제는 지식으로 접근하는 통로인 디지털 정보네트워크, 혹은 그것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을 차단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소득층의 정보접근을 위해서는 시장 메커니즘만으로는 안되며 공공접근점의 확대, 매체이용능력의 향상, 문화적 능력신장 등이 사회복지차원에서도 요청된다』고 말했다.
11일 심포지엄에서는 「민간부분의 지식관리 실태와 전사회적 지식공유의 활성화 방안」(노규성 선문대 교수) 「지식공유시스템 확립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 유형과 그 구축방안」(이 헌 한국지식공유센터 소장) 「복사권 집중관리기구의 한국적용과제와 사업전략」(이호흥 저작권심의조정위 책임연구원) 「도서관의 지식정보센터와 전략」(한상완 연세대 교수) 「국가지식관리기구의 필요성과 국가지식관리시스템 구축방안」(김현곤 한국전산원 부장) 등이 발표된다. 지식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논의하는 자리다.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소장 이명현)는 3일 서울대 문화관에서 「지식지배사회의 빛과 그늘」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지식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급속하게 증대하는 시대에 이러한 변화 상황이 인간의 삶과 사회와 어떻게 연관되며 앞으로 다가올 과제는 무엇인가를 학제간 연구를 통해 살피는 자리다.
「지식의 지배:성격과 과제」(김남두) 「지식의 변화와 대학의 대응」(김영식) 「기업조직과 지식:지식경영」(안중호) 「푸코를 위하여:지식과 권력의 관계에 대한 재고찰」(최정운) 「디지털혁명은 존재론적 혁명이다」(김상환) 등 서울대 철학, 경영학, 외교학, 영문학, 법학, 언론정보학, 과학사 전공 교수들이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한다.
김남두 교수는 이 자리에서 『지식의 지배는 일종의 체제를 형성하고 있으며 여기에 태어난 사람은 체제에 적응하는 것 밖에는 선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식이 이같이 작동하는 삶의 체제에서는) 그 단일성과 대규모성 때문에 경제적 실패에서 오는 위험부담이 현격히 커지고 경제의 유지와 운용의 중요성이 훨씬 부각되어 사회의 다른 부문이 경제에 예속하는 경향이 짙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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