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북한과 일본 정당 대표단이 연내 국교 교섭 재개에 합의함으로써 북·일 관계가 중대한 전기를 맞았다.이날 회담이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 총리와 북한 지도부의 분명한 대화 의욕에 바탕한 「준정부 회담」이라는 점에서 이번 합의로 최소한 연내에 교섭재개를 위한 예비 회담 개최는 확실해졌다. 내년초 북한 노동당의 방일 이후면 양측의 국교 교섭은 92년 11월 중단 이래 일단 재개될 전망이다.
양측이 이날 회담에서 조건에 집착하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을 살려 준 모습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 북·일 관계가 그동안의 냉각 관계에서는 크게 벗어날 것임을 확인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일본 대표단 단장인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가 조건없는 정부간 교섭의 즉각 재개를 촉구한 데 대해 북한측은 원칙적 공감을 표하면서도 『대화 재개 이전의 인도적 문제 해결은 분위기 조성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선(先)식량지원」을 희망했다.
그러나 『식량지원은 정부간 대화를 통해서나 이뤄질 것』이라는 일본측 설명에 북한은 『조기 식량지원을 희망한다』는 단서를 다는 데 그쳤다.
또 일본측이 양측 적십자사의 대화를 통한 「일본인 납치의혹」 조사를 요청한 데 대해서도 북한측은 『인도적 차원에서의 행방불명자 조사는 계속할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애초에 반드시 교섭 재개 약속을 얻어낸다는 분명한 목표를 띠고 간 일본측이 최대한의 성의를 보인 것은 당연했다. 정부간 교섭이 재개되면 조속히 식량지원을 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고 「일본인처」의 고국 방문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 국적을 조건에 집착하지 않았다.
한미 양국의 대북 온건책으로 상대적으로 고립된 일본은 물론 대일 교섭을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북한도 대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핵·미사일·「납치 의혹」 등의 현안이 산적해 있어 본교섭의 재개와 순항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미사일 재발사 중지를 확인하기 전에는 정상적 교섭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 모두가 실제 교섭보다는 대화 재개 자체에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3월의 공작선 침투 사건으로 대북 여론이 잔뜩 굳어져 있는 데다 북한의 「협상술」에 대한 일 외무성의 불신도 여전하다.
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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