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황과 상장·등록기업 급증 추세 속에 주가올리기를 위한 기업의 투자설명회(IR; Investers Relation) 열풍이 불고 있다. 기업IR가 열리는 여의도 주변 호텔과 음식점 등 증권타운은 대규모 연회성 행사로 연일 흥청대고 기업체들간 「큰손 모시기」 경쟁도 치열하다.기업IR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의 영업실적과 재무상태, 성장가능성 등을 설명하는 홍보의 장. 지난해 700여회에 그쳤던 기업IR는 올들어 8월까지 상장사만 1,000건을 돌파했고 대규모 설명회도 200여차례가 넘는다. 비상장 대기업과 코스닥 등록업체, 벤처·중소기업까지 합칠 경우 지난해보다 최소 3-4배는 늘어났다.
63빌딩은 올 3월 이후 100-200명 규모의 기업IR가 매일 수차례씩 열려 룸잡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며 주변 대형 음식점과 호텔들도 때아닌 「IR 특수」를 만끽하고 있다.
기업IR는 증시의 「큰손」과 「나팔」격인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인다는 의도도 강하다. 최근 삼성 LG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가로 경영진의 능력을 평가하는 「주가평가제」가 확산되면서 임원들까지 IR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홀대받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IR 덕분에 칙사대접을 받고 있으며 증권맨들 사이에선 「밥값 없으면 IR행사장으로 가라」는 농담도 많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K씨는 『예전에는 기업체까지 일부러 찾아가도 푸대접하기 일쑤였는데 요즘은 서로 모셔가려고 난리』라며 격세지감을 토로했다. 한국IR협의회 윤정재 대리는 『자체 IR팀을 편성, 정기적인 IR와 해외로드쇼까지 벌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가올리기용 화장(化粧)」 「공개적인 로비장」이라는 비난론도 만만찮다. 기업내실 공개라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에 대한 로비수단으로 악용된다는 것. 한 펀드매니저는 『식사와 기념품 제공은 기본이고 뒤풀이 술자리까지 마련되는 경우도 있다』며 『IR에서 공개되는 자료도 막연한 전망이나 각색된 수치가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기획팀 관계자는 『주가가 조금만 떨어지면 경영진으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시로 IR를 열어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며 『주가올리기에 「목숨을 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털어 놓았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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