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국체육대학에서는 색다른 태권도 대회가 열렸다. 이른바 차등점수제를 적용한 태권도왕 겨루기대회. 몸통가격은 1점, 얼굴가격은 2점이고 공중에 두발이 뜬 상태에서 얼굴을 가격할 경우 3점으로 차등을 둔 경기규칙을 적용했다. 당연히 얼굴가격이 늘어나는 등 큰 기술이 곧잘 등장했고 막판에 점수가 뒤집히기도 했다. 특히 점수가 같은 경우 큰 기술로 점수를 얻은 학생에게 손이 올라가는 우세승에 대한 판정이 내려져 기존 경기와는 구별됐다.발로 얼굴을 때리기는 몸통가격보다 휠씬 어렵다. 하지만 태권도는 어디를 가격하든 점수는 1점으로 똑같다. 이러다보니 공격이 몸통에 집중돼 단조롭다. 선수는 휘돌려차기 등 큰 기술을 시도하지 않는다. 큰 기술의 경우 동작이 커져 되받아치기를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당수 선수들이 되받아치기를 장기로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조로운 기술과 수비위주의 경기는 기술발전의 저해요인이 될뿐 아니라 관중입장에서도 재미가 없어진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차등점수제. 차등점수제는 이미 20년전에 국내경기에 적용된 적이 있지만 2년정도 시행되다 단일점수제로 돌아왔다. 심판의 점수판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권도 기술발전을 위해 차등점수제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97년 홍콩세계선수권대회에서 차등점수제문제가 논의됐지만 그야말로 논의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안용규한체대교수는 『태권도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차등점수제가 도입돼야 한다』며 『관중의 흥미유발 등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농구 배구 등 여러 종목이 인기만회를 위해 규칙을 바꾸고 있어 태권도 역시 시대의 조류에 부응해야 한다는 태권도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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