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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의 '장외WTO'서도 강대국이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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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의 '장외WTO'서도 강대국이 압도

입력
1999.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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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애틀의 워싱턴주 컨벤션센터에서는 정부 대표들의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담이, 시애틀 길거리에서는 비정부기구(NGO)들의 「장외 WTO」가 열렸다. 특히 지난 30일(현지시간) 시애틀 중심가는 WTO를 성토하는 NGO들의 시위와 경찰의 진압으로 아수라장이 됐지만 NGO들 속에서도 나라별로 분명히 다른 국익이 칼날처럼 번득였다. 다같이 「WTO 반대」(No WTO)라는 공통의 구호를 외쳐댔지만, 속마음은 달랐고 강대국의 주장이 장외 무대를 압도한 것이다.파란색과 빨간색 헬멧을 쓴 노조원 수천명을 동원, 시위를 이끈 미국 노동총연맹 산업별회의(AFL-CIO)는 『WTO는 국제적인 노동기준을 뉴라운드 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거북이 모자 등을 쓴 미국 중심의 환경론자들은 『WTO가 환경파괴를 방조하고 있다』고 외쳐댔다. 노동과 환경을 무역과 연계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미국 등 선진국의 주요 관심사지만 우리나라 등 개도국과 후진국들에는 신종 비(非)관세장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위 소식이 전해지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시애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화답,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1 반면 제3세계 NGO들은 이날 시위에서 사실상 소외됐다. 전날 평화시위때 꽹과리를 앞세워 『식량안보 보장하라』며 기세를 올리던 우리나라 NGO들의 모습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우리정부 대표단 관계자가 『시위대중에 농산물 시장 무차별 개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어야 했는데…』라고 아쉬워할 정도였다. 또 『WTO가 선진국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비판했던 말레이시아 NGO 「제3세계 연대」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기는 마찬가지였다.

회담장 주변에서는 이날 시위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미국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NGO들의 시위를 몇시간 동안 방치했다는 음모론마저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30일 하루종일 「브레이킹 뉴스」(속보)로 시위상황을 전한 현지 방송을 봐야 만했던 빈국(貧國) 대표단들의 어깨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시애틀 길거리에서 열린 「장외 WTO」에서도 미국은 자신들의 이익을 철저히 챙기고 있는 것 같았다.

시애틀=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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