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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샐러리맨 "여차하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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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샐러리맨 "여차하면 뜬다"

입력
1999.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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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전자회사는 내년초 단행할 직원들의 인사를 앞두고 희망부서 신청을 받았다. 신청서를 받아본 인사담당 직원들을 깜짝 놀랐다.예년 같으면 지망자가 쇄도했던 종합기획, 재무부문이 뒷전으로 밀려난 대신 사내에서「3D분야」로 꼽혔던 가전·컴퓨터·비디오폰 등 특수영업부문이 초강세를 나타낸 것. 3-5년 기반만 닦으면「독립선언」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3일로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 들어간지 2년째.

국내 경제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미친 IMF체제는 특히 실물의 중심에서 뛰고 있는 샐러리맨들의 의식을 뒤흔들어놓았다.

■나는 샐러리맨, 아내는 소점포 사장

S생명 송모(45)부장은 최근 대학로 인근에 10평짜리 돈까스체인점을 열었다. 총 4,000여만원을 투자한 송부장은 아르바이트생 2명을 고용하고 아내에게 경영을 맡겼는데 예상보다 매상이 많이 올라 희색이다.

물론 사내에서 이를 아는 직원은 없다. 언제 고용조정 대상이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샐러리맨들 가운데 송부장처럼 소점포를 창업, 일단 아내에게 경영을 맡겼다가 여차하면 전업으로 나서려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같은 회사 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같은 해에 입사, 10년동안 같은 회사에서 근무한 동기라도 연봉이 수백만원씩 차이가 나는 직장이 많아졌다.

기업마다 연봉제에다 인센티브제까지 적용하면서「연공서열」보다는「개인능력」을 중시하는 임금체계를 확산시키고 있는데 따른 것.

심지어 대리 월급이 과장 월급보다 높은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인사에서도「파격적 발탁인사」는 이제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최근에는 3, 4단계씩 건너뛰어 승진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여직원들 결혼해도 사표 안낸다

예전에는 여직원들이 결혼하면 상당수가 사표를 냈다. 그러나 이제는 회사가 「나가라」고 종용하기 전에는 먼저 사직하는 여성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여성들의 직업 의식이 확대된 영향도 있지만「남편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 자연히 기업들은 보조직 여성을 새로 뽑지 않고 있다. 외국처럼 40-50대 여비서가 경영인들을 보좌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질 날이 멀지 않았다.

■여차하면 뜬다

IMF체제로 가장 크게 바뀐 것은「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점.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동료들이 「희망퇴직」「명예퇴직」명목 하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샐러리맨들의 의식 속에는 평생직장 개념이 희박해지게 됐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의식이 높아지진 것. 실제로 대리, 과장 창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용환(李龍煥)상무는『기업에서 개인주의가 확산되는 것은 불가피한 추세이기는 하지만 전체 조직 운용 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 효율을 떨어뜨린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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