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에서 성탄 자선음악회가 10일 개최된다. 이 성당은 70·80년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의 민주질서 실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사회적으로 받으며 민족의 성지로까지 불려지고 있는 등 여느 성당과는 다른 특별한 위치를 교회와 사회 안에서 차지하고 있다.그런데 교회음악가인 백남용 신부가 금년 초 주임사제로 부임하면서 성당에 변화의 물결이 조용히 일고 있다. 여름에는 구내에서 각종 단체들의 크고 작은 시위와 농성이 벌어지는데 성당 안에서 정오음악회를 마련하여 삭막한 도시에서 활동하면서 메말라가는 직장인들의 정서 순화 내지 고양을 도모하였다. 이 무렵에는 주임사제가 음악가이기에 능히 할 수 있는 착상을 실천에 옮겼으려니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번 성탄 자선음악회는 아무래도 달리 보아야 할 것같다. 수혜기관이 교회 안에서는 물론, 사회에서도 널리 알려진 유명 대규모 기관이 아니다. 양평 소재 결핵요양원과 정릉동 거주 영세민 자녀들의 놀이방을 운영하는 「희망의 집」이라는 무명 복지기관이라는 사실에서 예사롭지 않음이 감지된다. 이 기관은 소수의 여성주부 신도들이 주축이 되고 수명의 성직자들이 포함된 200여명 남짓한 후원회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수녀들의 순수 봉사로 운영되어온 복지시설이다. 설립 20주년이 되는 올해에 시설 일부가 철거되고 나머지도 대폭 개선되어야 한다는 관청의 통보를 받고 소요경비를 조달하지 못해 노심초사하던 중 백신부가 사정을 전해듣고 이 음악회를 마련한 것이다.
이 자선음악회가 새천년을 맞아 「새로운 열정과 방법, 그리고 목표」로 이루어져야 할 한국가톨릭교회 쇄신 노력의 모범사례가 된다고 믿으며 그늘진 삶을 살아가는 불우한 동포들에게 보다 밝은 앞날에 대한 희망을 간직토록 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심상태 신부·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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