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30일 파나마 운하 지대내 14개 미군기지중 마지막으로 포트클레이턴 기지를 파나마 정부에 이양했다. 기지는 폐쇄되더라도 미군 약 300명이 남아 31일 공식 운하 이양식때까지 순차적으로 파나마를 떠날 예정이지만 1911년 운하 건설과 함께 시작된 미국의 운하 장악이 88년만에 사실상 종료됐다.이날 포트클레이턴 기지에서 열린 이양식에서 미레야 모스코소 파나마 대통령은 사이먼 페로 파나마주재 미대사로부터 이 기지의 대형 나무 열쇠를 넘겨받았다. 모스코소 대통령은 『파나마는 이제 외국군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되었으며, 우리 영토에 대한 주권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선언했다.
미 정부도 운하반환에 대해 겉으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운하 반환을) 지지하고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연말까지 해외여행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여 운하 이양식에 참석하지 않을 뜻을 시사했다. 이는 그동안 파나마 정부와의 운하 재협상 실패에 따른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미 정가에서는 공화당의 보수주의자들을 중심으로 미군의 파나마 계속주둔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은 마약퇴치를 위해 파나마가 필요하고,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지배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홍콩의 장강실업(長江實業) 총수 리카싱(李嘉誠)이 이끄는 허치슨 왐포아 그룹이 운하 양쪽 입구에 있는 발보아항과 크리스토발항의 운영권(25~30년간)을 97년 파나마정부로 부터 넘겨 받은게 직접적인 자극제가 됐다. 중국이 추후 파나마를 기지로 삼아 미본토에 핵공격을 직접 가할 수 있다는 위해론까지 나돌고 있다.
물론 미 정부도 운하관리권 연장을 위한 재협상을 적극 추진해왔지만 파나마 정부의 과도한 비용 요구로 이를 포기해야 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차선책으로 지난 10월 모스코소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새로운 마약퇴치 기지를 건설하자는 제의를 했으나 이마저 거부당해 파나마 운하에 성조기가 더 이상 나부끼지 않게 됐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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