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가 「NGO 홍역」을 앓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오전 성대히 개막될 예정이던 세계무역기구(WTO) 시애틀 각료회담은 비정부기구(NGO)들의 「뉴라운드 봉쇄」시위로 얼룩졌다. 대회 개막전 「WTO 비공식 회원국」으로 전례없는 예우와 주목을 받았던 NGO들이 바야흐로 「반(反) WTO 세력」화하고 있다.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NGO회원 3만여명은 30일 오전 8시께부터 시애틀 6번가의 회담장 주변 도로를 봉쇄한 채 「WTO 반대」「뉴라운드 폐쇄」등을 외치며 대표단의 출입을 막았다. 이에 따라 각료회담은 예정보다 5시간여 늦게 시작됐고 시애틀 시가지는 오후 8시까지 경찰이 쏜 최루가스와 NGO들의 시위로 일대 혼란을 빚었다. 다급해진 워싱턴주정부는 연방방위군 동원령까지 내렸다.
이처럼 전세계적인 매머드 회의가 NGO 시위로 파행을 겪은 것은 이례적인 일로 NGO의 위력과 함께 부작용을 드러냈다. 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때는 농산물 개방에 반대한 유럽과 우리나라 농민들이 회담장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기는 했으나 회담을 무산시키려 들지는 않았다. 마이크 무어 WTO 사무총장은 『100개가 넘는 국가의 대표들이 모인 회담이 시위대로 인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은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사실 WTO는 최근 영향력이 급증한 NGO들을 「제도권내로」끌어들이기 위해 회담개막 하루전인 29일 NGO 심포지엄 행사를 공식후원하기 까지 했으나 NGO들을 달래는데 실패했다. 시애틀에 온 상당수 NGO들은 WTO의 자유무역주의가 노동자와 환경, 농촌사회의 희생을 통해 거대 자본과 강대국의 배만 불리고 있다며 WTO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게다가 수많은 NGO 그룹의 행동을 통일시킬 구심점 조차 없어 「극렬시위에 이은 비상사태 선포」라는 불상사가 발생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애틀=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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