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1일 기자회견은 몇가지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으나 일단 정국복원 제의에 포인트를 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대체적인 회견문안은 여권으로부터 『대화로 풀자는 것이냐, 항복을 요구하는 것이냐』는 볼멘 소리를 듣게 돼있으나, 핵심기조는 대결보다는 대화쪽에 있다는 것이 당직자들의 해석이다.실제로 이총재는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존중하고 있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말을 믿어보려 한다』는 말로 대화복원에 대한 바람을 피력했다. 『옷 로비 관련 사건 등은 특검법을 개정해 특별검사에게 맡기자』는 대목 역시 『정치권 전체가 이 문제들에 언제까지나 발목이 잡혀있을 수는 없다』는 뜻으로 읽어야 된다는 게 측근들의 독법(讀法)이다.
특검법 개정과 정치개혁법안 합의처리 등 정치복원을 위한 「선결요건」과 관련해서도 이총재는 『정쟁을 벗어나기 위한 요건을 말한 것』이라고 말해 여권이 「성의」를 보이면 총재회담 등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인식을 비쳤다.
문제는 이총재의 화법이 너무 경직된데다, 준비과정에서 양보 불가능한 전제들이 끼어드는 바람에 성격자체가 대단히 모호한 회견이 돼 버렸다는 점. 『이총재는 2000년을 앞에 두고 이대로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야당총재로서 책임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는 한 핵심측근의 배경설명은 실제 기자회견 내용과 상당히 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한 당직자는 『이왕 대화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좀더 대승적으로 접근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