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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양대노총의 의미를 잘 살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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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양대노총의 의미를 잘 살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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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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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창립4년만에 노조설립 신고증을 교부받음으로써 실정법상 합법화를 성취했다. 87년 7, 8월 대중적 민주노조운동이 시작된 이래 12년만에, 또한 90년 1월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의 결성으로부터 따지더라도 근 10년만에 합법화한 것이다.질풍노도(疾風怒濤)의 민주노조운동시대를 거치는 동안 노동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이 모두 100여명, 구속된 사람이 2,800여명, 해고된 노동자가 2만여명이 넘는다고 하니 축하에 앞서, 삼가 옷깃을 여미고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희생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게 된다.

민주노총 합법화 이전에도 이미 사회, 경제적으로는 사실상 복수노총시대에 돌입되어 있었던 셈인데, 이번에 신고증을 교부받음으로써 실정법 영역에서도 복수노총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사람들은 민주노총의 합법화와 제도권내 진입으로 운동노선이 온건화 개량화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하기도 하고, 또 복수노총시대에 양노총의 경쟁체제의 향배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식의 접근법은 민주노총 합법화의 의미를 반감시키거나 실효성도 없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사용자측의 태도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사용자가 종전의 태도를 바꾸어 참여와 대화의 기조로 나간다면 일정시간의 경과와 함께 민주노총의 운동기조가 유연한 방향으로 변화해 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부의 태도가 그대로라면 운동기조의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이때까지 정부당국이 양노총 가운데 어느 한쪽에 편향적 태도를 보인 것이 노사관계나 노정관계를 왜곡시켜온 주요 원인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이후에도 종전과 같이 양노총을 경쟁시키고 「분리와 각개격파」 방식으로 계속 접근해 간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민주노총 합법화는 상황의 끝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부당하게 제한되어온 노동운동이나 노동자의 시민적 권리를 복권시키는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런 점에서 아직도 제한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시민권이 추가로 신속하게 복권될 필요가 있다.

즉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 중에서 계속 제한당하고 있는 공무원과 실업자의 단결권에 대한 족쇄가 풀려야 하고, 여전히 금지되는 것으로 행정해석되고 있는 「구조조정 관련사안에 대한 쟁의권」을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산별교섭체계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산별교섭체계는 개별사용자들에게 교섭비용을 절감시켜 주고 또한 기업간의 또다른 의미에서의 공정경쟁체제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기업측에서 너무 방어적으로만 보지 말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때마침 노조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한 정치자금법 관련 규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내년 4월의 총선부터는 노조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자금지원과 선거참여가 예고되고 있는데, 민주노총의 합법화와 함께 기성 정치지형에 상당한 지각변동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우리사회가 대응하기에 따라서는 새로운 노사관계의 지평을 열어 나가는 출발점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주적 재편을 촉진하는 역할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저런 경위로 어차피 구각이 깨지고 있다. 깨지는 껍질을 붙들고 집착할 것이 아니라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합법화를 그동안의 노동배제적, 노동소외적인 정책을 페기하는 대신 노동자들의 자주적 참여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동정책방향이 새롭게 정립되는 계기로 삼아 나가자.

/박석운·노동인권회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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