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명예총재인 김종필 총리는 김대중 대통령과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조기 당 복귀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30일 필리핀에서 귀국한 뒤 청와대에서 한광옥 비서실장 남중진 정무수석 김한길 정책기획수석 등과 저녁을 함께 하며 국내상황을 보고 받은 자리에서 『김총리가 앞당겨 총리직을 그만둔다는 게 공식 발표냐』고 궁금증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박준영 공보수석도 1일 『두분이 (총리 사임 문제)를 협의할 생각이었는데 누가 사전에 플레이한 것같다』고 말했다.그렇다면 JP가 DJ와 협의없이 당초 예정보다 한달 가량 앞당겨 연말에 당에 컴백하려고 결심한 속내는 무엇일까. 김용채 총리비서실장은 『어차피 당에 복귀할 바에는 총선 준비를 위해 연말에 돌아가는 게 순리 아니냐』고 설명했다. 하지만 옷로비 의혹 파문 확대, 서경원 전의원 사건 재수사 등이 JP의 결심을 재촉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많다.
김대통령에게 조기 전면개각을 할 수 있도록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당에 복귀, 국민회의와 차별화한 보수 목소리를 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자민련 고위당직자는 『JP는 당으로 돌아온 뒤 자기 목소리를 뚜렷하게 낼 것』이라며 『JP는 자민련이 전국에서 개최하는 신보수대토론회에 큰 관심을 갖고있다』고 말했다. 김총리는 지난달 춘천에서 열린 신보수토론회에서 『당에 돌아가면 내 소리를 분명히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당직자도 『김총리는 최근 국회 예결위 답변에서 서경원 전의원의 행태를 비판하고 의원들에게 「고별 인사」를 할 때쯤 이미 보수 목소리를 높여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JP는 당내 갈등 수습을 조기에 마무리짓고 총선 준비를 진두 지휘하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그가 총재로 복귀하지 않고 명예총재를 맡더라도 자민련 「오너」로서 공천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은 분명하다. 내각제 유보에 반발, 부총재 사퇴서를 제출한 이인구 부총재가 1일 자민련 당무회의에 모처럼 참석한 것도 JP의 조기 당복귀와 무관치 않다.
일각에선 JP가 합당을 전격 추진하기 위해 당복귀를 결심했다는 해석도 제기됐으나 대다수 당직자들은 『합당은 없다』고 일축했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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