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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보드] '도깨비팀' 동양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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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보드] '도깨비팀' 동양의 한계

입력
1999.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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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양이 강팀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홈개막전(지난달 14일)서 현대(1위)를 90-83으로 물리친 동양은 역시 대구(28일)에서 원주 삼보(3위)를 84-83으로 제압하며 기세를 올린뒤 지난달 30일 마지막 남은 강호 청주 SK(2위)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기면 2위로 수직상승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 동양은 전희철과 무스타파 호프가 루스볼을 따내려 슬라이딩까지 불사하고 찰거머리 수비로 서장훈과 현주엽을 꽁꽁묶는 등 투지를 발휘한 4쿼터 중반까지만 해도 또 대어를 낚는가 싶었다. 점수는 줄곧 4∼10점차의 동양 리드.하지만 위기관리능력 부족이 「도깨비팀이 아니라 진정한 강팀」으로 부상하는 기회를 막아버렸다. 1분여를 남기고 상대가 두개의 턴오버를 저질렀음에도 동양은 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오히려 정락영이 무리한 돌파를 시도하다 리바운드를 뺏겼고 시간에 쫓긴 상대의 파울작전으로 얻은 자유투 2개중 1개만을 성공시켰을 뿐이다. 템포바스켓을 펼칠 노련한 포인트가드가 절실한 순간이었다.

69-67로 앞선 상황, 남은 시간은 8초. 동양 역시 파울작전으로 나서야 했다. 상대가 자유투를 모두 넣어도 동점에 그치는 반면 동양은 공격권을 갖는 유리한 입장이었다. 벤치지시에도 불구, 선수들은 8초동안 파울하나 만들어내지 못했다. 역시 집중력 부족. 동양은 이날 올시즌 3점슛률 35%에 못미치는 29%에 머물렀다. 상대 트리플 타워가 위력적이기는 하나 푸스타파 호프와 루이스 로프튼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동양은 포스트공격을 외면한채 시간에 쫓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벽한 3점슛찬스가 아닌데도 3점슛을 남발했다. SK가 평소대로 공격을 펼쳤다면 승부는 조금 일찍 결정됐을 수도 있었다.

동양은 1라운드에서 3번의 연장전을 치르는 등 「잘하고 재밌다」는 이미지를 형성하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약팀에 약하고 강팀에 강한」 도깨비팀이 아니라 진정한 강팀으로 부상하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범구기자

lbk121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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