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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평선] 검찰과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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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평선] 검찰과 권력

입력
1999.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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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초 장영자 어음사기사건이 터졌을 때, 서울 명동에서 자유당때부터 어음할인 장사를 했다는 사채업자를 만났다. 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터에 장영자를 믿다가 사기당하겠느냐』며 배후에 권력이 있다고 장담했다. 권력내부 갈등설속에 검찰은 대통령 처삼촌을 배후로 처벌, 서슬퍼런 권력과 들끓는 여론사이에서 체면치레를 했다. 그러나 한갓 사채업자보다 어쩐지 미덥지 못한 검찰이 벌이는 줄타기 곡예에 함께 휘둘려야 하는 검찰취재에 흥미를 잃었다.■검찰은 5공초 잇단 의혹사건을 다루면서 권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총장 2명이 전격경질되고 한달새 장관 2명이 갈리는 홍역을 치렀다. 그뒤 김석휘·이종남·김두희총장 등은 나름대로 소신과 균형감각으로 검찰의 위상과 안정을 지켰다는 평가다. 그러나 권력의 시녀란 오명을 씻지는 못했고, 언론은 때만되면 자유당과 3공초 권력에 맞서다 쫓겨난 검찰간부들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언론의 사명을 다하는 척 했다. 시대상황이 그랬다.

■문민정부는 이런 적폐를 개혁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권력과 유착하거나 비리에 연루된 인물은 물론, 조직안팎의 신뢰를 받은 이들도 거추장스러우면 밀어냈다. 개혁은 명분일뿐 정략이 앞섰고, 성실한 원칙주의자 대신 권력자의 개성에 영합한 저돌적 출세주의자가 득세했다. 결국 개혁은 이기와 허울에 그쳤고, 그 대가로 정권과 검찰은 헌정사에 유례없는 파탄을 맞았다. 원칙주의자 심재륜을 한직에서 다시 불러 김현철수사를 맡긴 치욕이 실패를 웅변한다.

■국민의 정부도 검찰을 물갈이, 흐트러진 균형을 일부 바로 잡았으나 연고주의를 벗진 못했다. 그렇게 선택된 이들은 직무수행에 원칙보다 사익과 연고를 앞세웠고, 본분을 저버린채 권력까지 기만해 위기를 초래했다. 권력이 원칙을 세우지 못하면, 내부에서 방자한 배신이 싹트는 법이다. 나라와 검찰, 권력이 바로 서려면 원칙이 지배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권력이 정의와 위엄을 자랑하고, 젊은 기자들도 특검보다 검찰취재에 진지할 수 있을 것이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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