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관련자 중 누가 거짓말을 했고 가장 탐욕스러워 보이는지 떠드는 아이들에게 불쑥 말이 튀어나왔다."다 똑같애. 공부나 하셔들" 그러나 아이들은 거짓말과 탐욕의 고수를 가려내려는 듯 여전히 열심히 뉴스를 시청한다.
옷로비사건이 올 한 해 우리사회를 휘둘러왔다.
동물애호가들의 목청이 높은 외국에 입고 나가면 웃음거리가 될 듯한 호피무늬 반코트를 두고 거짓말이 시작됐다.
며칠 지나면 거짓말로 판명되고는 했던, 증인들의 말 중 누구의 말이 옳을까를 재단하느라 언론은 바빴다.
다들 그런 보도를 따라가느라 정신없었다. 대통령 보고문건 유출을 두고 검찰총장과 청와대법무비서관이 거짓말을 했다.
소득이라면, 대통령 보고문건조차 얼마나 형편없이 작성되는가 하는 실상이 드러난 것뿐이다.
옷집 이름은 '라스포사'인데 문건에는 일관되게 '라스포'의상실 운운했으니 이름 하나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던 것이다.
점심때 만난 동기생은 그런 거짓말과 위증의 풍토를 개탄했다.
"까고 까도 거짓말이 튀어 나오니, 참"
그는 청와대에서 일했었고 법과 친구가 많다.
그러나 신동아로비로 확대된 옷로비사건에서 거짓말이 가장 문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거짓말이 가장 문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거짓말은 있었던 것이다.
맨발의 춤과 자유분방한 사랑밖에 몰랐을 것 같은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이 "온 세상이 거짓말로 먹고 산다" 고 분개한 것을 보면 1910년대 유럽도 그랬다.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정직한 사람을 찾는다"며 대낮에 등불을 켜들고 다닌 일화는 고대 그리스도 마찬가지였음을 알려준다.
정말 문제는 옷로비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너무 소모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언론과 시민단체는 로비의 실체를 알리고 규명한다는 의무에서이겠지만 복싱중계를 하듯 증인들의 행동 하나하나까지 알린다.
사치 운운하며 경쟁적으로 서민들의 좌절감을 돋구는 것은 '메가톤급 분노'를 먹고 사는 태도이다.
정당들만 옷로비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클린턴을 5년간 조사한 스타 특별검사가 한 쪽 에서는 개혁가로 평가받았지만 다수 국민들에게 '정치깡패'로 각인된 것은 그의 조사가 몰고 온 사회비용 때문이었다.
당초 힐러리의 부동산투자회사 특혜대출 압력여부를 캐는 화이트워터사건에 뛰어든 그가 클린턴 사생활을 파헤치는 것으로 조사를 확대하면서 쓴 세금은 총 560억원. 관료들이 일손을 놓게 한 것, 언론플레이어에는 열심이었지만 법적 절차 이행은 지체하여 발생한 사회비용은 계산되지 않았다.(infoplease.com, cnn.com/ALLPOLITICS/stories,csmonitor.com).
사직동팀, 검찰, 특검, 다시 대검을 돌고 있는 우리의 옷로비 사건 해결에 드는 직접비용 세금은 얼마인지, 국민들이 희망대신 분노와 의혹 속에 이 사건을 보는데 드는 간접비용은 얼마인지 따져줄 사람은 없습니까.
/박금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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