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영(崔淳永)전신동아그룹회장 구속 당시 광범위한 선처 압력을 받았음을 시사하는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의 발언이 여권 내부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가뜩이나 신동아 로비설에 대한 검찰 수사로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는 여권으로선 당시 수사총책임자인 김전총장이 말못할 로비의 실체가 있는 것처럼 시인하고 나서자 아연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 여권 내부에선 『김전총장이 자신을 희생양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역으로 화살을 쏜 것』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워낙 사안이 폭발적이어서 말을 삼가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일 김전총장의 발언에 유감을 표시한 뒤 『김전총장도 대통령을 모셔왔던 사람인데 여권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겠느냐』면서 『발언의 진의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교동계측에서도 『김전총장이 「여러 경로」라는 표현을 썼는데, 대통령도 여러 경로로 로비를 받았다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들도 최순영 전회장측이 당시 광범위하게 로비를 벌인 사실만큼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교계 유력인사들이 최 전회장의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를 들고 다니며 구명운동을 벌였기 때문에 일부 여권인사들도 이들의 주장을 믿고 선의에서 선처를 부탁했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MF상황에서 신동아그룹의 외자유치를 위해 사법처리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시 국민회의 주요당직을 맡았던 한 중진급 의원은 『초창기 검찰수사가 시작될 때는 신동아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았으나 2조원에 가까운 돈을 해외에 빼돌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체 접촉을 끊었다』면서 『다른 당직자들에게도 신동아 로비를 조심하라고 경고했었다』고 말했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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