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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뉴라운드 농업협상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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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뉴라운드 농업협상 신중해야

입력
1999.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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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전 GATT) 창립후 50년 동안 농업은 공산품과 달리 독특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이유로 예외취급을 받아 왔었다. 우르과이라운드(UR)협상을 계기로 농산물을 교역대상의 상품으로만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는 마치 UR이후 각종 통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WTO본부의 그린룸의 녹색단장이 희뿌연 회색으로 바꾸어진 배경과 그 궤를 같이 하는 것 같다. UR협상으로 세계농산물시장의 빗장이 크게 풀림에 따라 농산물 수입국들은 엄청난 시련과 타격을 받고 있다.그 쓰라린 경험이 채 가시기도 전에 추가적으로 농산물 수입관세와 보조금을 대폭 줄이려는 시도가 미국과 케언즈그룹 등 농산물 수출국들에 의해 크게 대두되고 있다. UR농업협정 제20조에 규정한대로 지금 시애틀에서 열리고 있는 뉴라운드협상이 바로 그것이다.

UR협상이 시장의 문을 연 것이라면, 차기협상은 실질적으로 관세장벽 철폐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훨씬 더 클지 모른다. 미국등 케언즈그룹들은 농산물을 공산품과 동일한 기준에서 다루자고 주장한다. 어느 경제교과서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억지 주장이다. 그동안 WTO 어느 회의에서도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도 없었다.

이점은 WTO 사무총장 역시 시인한 사실이다. 농업이 단순한 식량 생산뿐만 아니라 자연환경 보전, 지역사회의 유지발전, 식량안보와 안전성 확보, 전통 문화 보존 등 여러 가지 공익적인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왔다. 이러한 농업의 비교역적 공익기능(NTC)은 무작정 공산품처럼 무역자유화의 잣대로 재단할 수 없음을 뜻한다.

이는 엄연히 UR협정 20조에 규정되어 있음은 물론, 식량농업기구(FAO)정상회의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농업장관회의 공식문서가 이미 채택한 개념이다. 비교역적 기능으로서 농업의 다원적 공익기능도 그 내용을 따지고 보면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우리 겨레가 수천년 동안 체득해 온 이른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농업이 UR이후 IMF까지 겹쳐 가장 피해를 많이 보아왔는데도 농업, 농촌에 대한 투·융자는 선진국에 비해 비교할 바가 못된다. 그래서 지난달 15일 FAO 총회참석을 계기로 긴급 회동한 한국, 일본, EU 등 농산물수입국 5개국 농업장관 등은 UR협상이 농업분야 등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고 그 바탕위에서 차기협상을 진행하자고 주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차기협상에서는 지난 UR협상때와는 달리 수출국과 수입국의 이해가 균형되게 반영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농업의 다원적 공익기능이 존중되고 우리나라의 농업부문을 개도국지위로 인정받아야 한다. 또한 소비자와 환경문제 그리고 가족농의 이해가 다국적 초국경기업의 그것과 균형되게 반영되어야 한다.

농산물과 공산품을 동일한 기준하에 보조금과 관세를 대폭 감축하려는 시도는 오로지 다국적 기업 및 선진적 대기업농의 이익만 반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애틀각료회의의 첫 단추가 잘 끼워져야 한다. 세계적으로 NGO들이 연대하여 다국적기업들의 메가톤급 로비에 맞서 협상의 이익균형을 지켜 주어야 한다. 차기협상의 향방이 현재와 미래의 우리 국민 모두와 소비자의 식품안전 및 환경생태계 보전에 직결된다는 인식의 공유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차기협상이 노리는 바가 이미 개방된 농축산물 전반의 대폭적인 관세인하와 보조금삭감인 점을 인식, UR때처럼 쌀을 지키기 위해 축산업이나 감귤을 희생시킬 것이라든지 또는 상공업의 이익을 키우기 위해 농업을 희생할 수 밖에 없다는 식의 무모한 진단과 편가르기식 선동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WTO 뉴라운드에 임하여 정부와 국민 모두가 「우리에게 농업이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김성훈·농림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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