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공포의 에이즈 불치병 아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공포의 에이즈 불치병 아니다

입력
1999.12.01 00:00
0 0

「20세기의 흑사병」에이즈는 언제쯤 정복될 수 있을까. 유엔의 에이즈퇴치 운동기구 「UN AIDS」는 98년말 현재 전세계에서 3,340만명이 에이즈에 감염됐고, 이 중 1,39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에이즈 감염자는 최근 3년간 2배로 증가했다. 국내 감염자는 9월말 현재 1,014명.에이즈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별다른 치료법이 없었던 게 사실. 하지만 이젠 불치병이 아니다. 여러 치료제를 혼합해서 에이즈 바이러스의 기능을 억제하는 「칵테일 요법(3중투약법)」이 등장한 뒤로는 당뇨, 고혈압과 같이 약만 계속 먹으면 생명에 지장이 없는 「다스릴 수 있는 병」으로 바뀌었다.

에이즈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81년. 당시만 해도 에이즈의 원인이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당연히 치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 후 원인 바이러스가 밝혀지고(83년), 감염자를 찾아낼 수 있는 검사법이 개발(85년)됐다. 10여종이 넘는 치료제도 나왔다.

다행히 96년 기존 치료제에다 「프로테아제(단백질분해효소) 억제제」를 복합 투여하는 칵테일 요법이 개발되면서 에이즈 사망자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에 따르면 95년 1-9월 약 3만7,900명이 에이즈로 사망했으나, 96년 같은 기간 중 사망자는 19%나 감소한 3만700명이었다.

기존 약제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능력이 약하고 약제에 대한 내성(耐性)이 빨리 생겨 치료효과가 줄어드는 약점이 있었지만, 프로테아제 억제제를 함께 사용하면 내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항바이러스 효과도 10배 이상 증가한다.

칵테일 요법을 받고 에이즈가 완치된 환자도 있다. 「베를린 환자」로 불리는 한 남성은 감염 직후부터 칵테일 치료를 받았다. 그는 치료 2주만에 바이러스가 혈액에서 사라지자 스스로 약을 끊었다. 그랬더니 다시 바이러스가 혈중에 나타났고, 치료를 시작하자 다시 사라졌다. 그는 4개월 후 칵테일 치료를 완전 중단했지만 2년이 넘도록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도 칵테일 치료 후 1년 이상 바이러스가 나타나지 않는 환자가 2명이나 된다. 필자도 지난 해 5월부터 칵테일 요법을 쓰고 있는데 6개월 이상 약을 먹은 에이즈환자 21명 중 80%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거듭 강조하건대 에이즈 감염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만일 에이즈에 걸릴 만한 성접촉을 한 다음 2-4주 만에 열이 나거나 독감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에이즈 감염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이 때 에이즈로 밝혀져 칵테일 요법을 받으면 완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에이즈의 발병징후는 어떤 것일까. 초기에는 지속적인 체중감소(10% 이상), 설사, 발열 등의 증상이 한 달 이상 계속된다. 구강 캔디다증이나 음부 헤르페스, 대상포진 등 피부질환도 많이 나타난다. 이런 합병증이 있을 때는 에이즈의 발병시기가 가깝다는 신호이므로 즉시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지 수 년이 지난 다음에 치료를 시작한 환자에게도 칵테일 요법은 효과적이다. 칵테일 치료를 받은 환자의 70-80%에서 에이즈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면역기능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가 없지는 않다. 칵테일 치료를 해도 약물이 잘 침투하지 못하는 중추신경계, 생식기관, 세포내의 핵, 림프절은 바이러스의 은신처가 된다. 약을 끊으면 여기에 숨어 있던 바이러스가 증식해 혈액으로 나온다. 숨어 있는 바이러스를 공격할 수 있는 치료법만 개발되면 에이즈는 100% 완치되는 셈이다.

약을 수 년동안 먹는데 따른 신체적인 부작용과 경제적인 부담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구토, 설사, 빈혈 등. 말초신경염과 췌장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칵테일 요법의 한 달 비용은 55만원 정도(보험수가 기준)로 가난한 환자들에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명돈·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