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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막전 막후] 김한근의 '호랑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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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막전 막후] 김한근의 '호랑이 이야기'

입력
1999.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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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광대 김헌그이(김헌근이) 여러분께 문안 드립니데이』그렇게 시작하는 김헌근(37)의 모노 드라마 「호랑이 이야기」. 1934년 마오쩌뚱이 이끄는 대장정 대열에서 중국 홍군의 이름없는 병사가 낙오하면서 극은 시작된다. 첩첩산중의 호랑이굴에서 호랑이 젖을 먹으며 연명한 어느 병사의 이야기가 진한 경상도 사투리에, 때로는 DJ YS JP 등의 어투에 얹혀 온다. 국내 초연작이다. 두 가지 점에서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첫째,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 명계남의 「첼로」 이후 대가 끊기다 시피 한 남성 모노드라마의 존재 이유를 당당히 주장한다는 점. 『모노 드라마는 배우의 정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평소 절친하게 지내던 연출자의 제의를 뿌리치지 못했기 때문이죠』

둘째, 국내서는 「안 내놔, 못 내놔」 등 인기 코미디 작가로만 알고 있기 십상인 이탈리아 작가 다리오 포의 재발견이라는 점. 정치적으로 좌파였던 포가 34년 대장정을 소재로 자신의 신념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이 무대는 그래서 다리오 포의 복원이기도 하다.

그 보다, 15년을 맺어 온 사제 연분의 결실이라는 사실이 그에게는 더 소중하다. 85년 경북대 탈춤반에서 활동하면서 알게 된 연출자 김창화 교수(52·경북대 독문과)와의 인연이 그것. 이 작품을 위해 둘은 지난해 12월부터의 대본 연습, 3월 부터는 극단 함께 사는 세상 사무실에서 하루 4시간꼴로 연습했다.

특히 초봄의 양광이 따스하던 4월에는 청도의 남산 등 외진 산중에서 둘 다 옷을 벗어 던지고, 호랑이 게스투스(몸짓)를 찾던 일은 그 절정. 멀쩡한 어른 두 사람이 아닌 밤중에 산중에서 옷을 벗어 던지고 서로 『어흥!』대는 희한한 광경이 연출됐던 것. 『배우의 감정이 무르익었을 때만이 제 3의 벽은 깨진다』는 김교수의 신념 때문만은 아니다. 친하게 지내던 김교수가 「호랑이…」 연습에 들어가자 안색을 돌변, 『너는 안 돼』라며 그의 자존심을 긁어댔던 것이다.

대학 시절 고려대 연극반에서 봉산 탈춤에 빠져 있다, 독일 유학 가 브레히트를 팠던 김교수. 김헌근은 『서울서는 찾아 보기 힘든 배우_연출 관계』라며 둘의 동반자 관계를 압축한다.

김씨는 공연을 시작한 11일 이래 지금까지 매일 공연 후 30분 가량 허심탄회하게 관객과의 대화도 가져오고 있다. 지금보다 훨씬 우스꽝스럽게 처리됐던 동굴속 장면이 줄어들고, 자칫 이념적으로 치닫기 쉬운 후반부를 자연스럽게 극화하게 된 것이 모두 그 덕분이다.

모두 27차례 공연되는 이번 작품을 위해 그의 집에서는 보약까지 한 재 지어 들려보냈다. 12일까지 아리랑 소극장, 화~금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7시, 일 오후 4시, 월 쉼. (02)741_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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