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우루과이 라운드(UR)와 99년 뉴라운드(NR). 이 6년 동안 세계는 전례없는 「통상혁명」을 겪었다. UR협상으로 농산물시장과 서비스시장이 대폭 개방됐다.공산품의 관세도 크게 내렸다.이제 제2의 통상 파도가 일고 있다. 미국 시애틀에서 막을 올린 세계무역기구(WTO) 제3차 각료회담(뉴라운드) 선언문에 어떤 내용이, 어떤 표현으로 담기는가에 따라 새 천년, 첫 세기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현지에서 접하게 되는 뉴라운드 협상 분위기는 UR 때와는 천양지차다. 인도 이집트 등 개도국들이 UR 협정 때의 「개도국 우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반발, 개도국 우대가 농산물과 더불어 양대 협상의제로 급부상했다. UR 때 「시장개방이 번영의 지름길」이라는 미국의 논리에 얼떨결에 따라갔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6년동안 엄청난 개방수업료를 지불하며 쓰라린 교훈을 얻은 개도국들이 배수진을 치고 덤비고 있다.
그러나 한국대표단의 활동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UR체제 6년간 사정이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데도…. 유럽연합(EU), 일본뿐 아니라 케언스그룹 국가들이 막후에서는 물론 막전에서도 치열한 홍보전을 벌이고 있는 것과 무척 대조적이다. 농산물협상의 경우 EU가 기존 입장을 수정해 버리면 우리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는데도 대표단 고위관계자들이 EU무역담당 집행위원의 기자회견 내용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농산물 추가개방 문제에 대한 입장이 확고한 것도 아니다.
UR 이후 많은 것이 변했는데 우리 정부의 협상력은 UR 이전과 달라진게 없어 보인다. 뉴라운드의 앞날이 걱정된다. /시애틀에서
윤순환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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