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가들의 우리 예술계 진단은 너무 신랄하여 읽기가 고통스럽다. 비평그룹 「21세기 문화광장」은 『우리 사회가 예술인력의 초과잉 공급으로 큰 혼란을 빚고 있다』고 말한다. 한 해 수백명씩 해외에서 유학생이 귀국하고 있고, 지금도 4,000여명이 귀국을 대기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위험에 있다. 국내 대학에서도 한 해에 수천명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동네 학원조차 경영할 수 없을 정도로 고등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의 견해도 비슷하다. 우리는 세계적인 예술가가 뒤늦게 몇명 배출되자, 너나없이 자기 자녀가 천재일지 모른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맹목적으로 예술대학을 지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정경화 정명훈 강동석 장영주 장한나 등은 우리 대학이 배출한 음악가들이 아니라 일찍이 전문음악학교의 교육을 받은 결과」라고 설명한다. 두 단체는 예술계 현실을 가혹하게 평가하며 국립예술대학의 필요성을 지지하고 있다.
■예술종합학교의 명칭을 예술대학교로 바꾸고, 실기전문으로 석·박사 학위 과정을 신설하는 법안이 진통을 겪고 있다. 종합학교는 『줄리어드 음악학교 등 외국 예술학교에도 학위제도가 있는 만큼,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기존 예술대학 측은 『또 하나의 국립예술대학이 생기는 형태는 국가예산과 인력낭비』라고 맞서고 있다. 음대 교수들의 입시부정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것이 밥그릇 다툼이라면 참으로 낯 뜨거운 일이다.
■우리의 관심은 인재를 어떻게 길러내어 예술적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가 하는 점이다. IMF 경제난 속에 방한했던 프랑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국제 경쟁력의 관건은 국가의 문화적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평가들도 『많은 대학이 반대해도 「양에서 질적 전환」이란 패러다임의 변화를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 장인적 기질과 재능이 있는 예술가를 보다 공들여 육성하는 예술대학을 보고 싶다. /박래부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