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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워치] 韓·臺 復航협상과 실리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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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워치] 韓·臺 復航협상과 실리외교

입력
1999.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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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현대외교사에서 첸푸 감사원장은 신화적인 존재다. 96년 외교부장을 끝으로 외교일선에서 물러나기까지 외교차관 주미대사 등 요직을 지내며 파란만장한 대만외교의 부침을 지켜본 사람이다.92년 8월 24일 명동 한 복판의 대만대사관에서 청천백일기가 2명의 무관에 의해 끌어내려지는 순간 그는 타이베이 장관집무실에서 배신감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4년 뒤 그가 외교부장을 사임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은 한 가지 「우문」을 던졌다. 재임중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은? 「단 한가지 밖에 없다.

한국과의 단교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30여년 동안의 외교관생활을 거치면서 수많은 나라들이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끊고 등을 돌리는 광경을 보아왔지만, 「혈맹」이던 한국으로부터의 전격적인 단교통보 당시 맛본 배신감은 경험해보지 못했던 터였기 때문이다.

지난 주 대만 기자들이 다시 첸원장을 찾아갔다. 샤오완장 행정원장이 23일 국회에서 한국과 양국 국적기의 「복항」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직후였다. 첸원장은 「7년이면 긴 세월」이라면서 대한협상에 대한 지지의사를 우회적으로 표시했다고 한다.

단교 직후 양국항공기의 단항 등 일련의 강경조치를 주도했던 그의 발언은 대만신문에 눈의 띄게 보도됐다. 대만인의 두터운 존경을 받고 있으며 한국과의 챰냄【~ 누구보다 큰 상처를 입었던 첸원장이 「이제 그만하면 됐다」며 불행했던 양국관계의 청산을 선언했다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과 대만간의 복항협상이 현재 어느 정도 진척돼 있는지를 가늠하기는 쉽지않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한·대만 양측이 구체적인 협상내용에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샤오원장의 의회 발언에는 대만의 입장과 협상의 윤곽이 일부 드러 나 있다. 「우리는 항권교환, 비기통항 문제에 대해 한국과 교섭을 진행중입니다.

서로 국권존중, 호혜의 조건 하에서 하루 속히 이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양국 간의 복항협상이 이른 시일내에 마무리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단교 이후 7년의 세월이 흐른 이제 한국과 대만양국은 관계복원을 위한 호기를 맞고 있다.

한국에 대한 대만인의 인식은 9월의 지진사태때 보여준 119구조대의 헌신적인 활약과 민간차원의 모금운동 등 한국민들의 열성적인 지원 덕분에 크게 호전됐다고 서울주재 대만 관리들은 전한다. 린쭌시엔 주한 타이베이 대표부대표는 최근 서울의 한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환란중 견진정(진실한 우정은 어려울 때에만 나타난다)」이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한국민들에게 사의를 표했다. 이제는 우리가 화답해야 할 차례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대만의 체면을 세워주는 실리외교가 요청되는 시점이다. 물론 대만측도 이번 협상에 지나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 하며, 중국도 우리와 대만간의 경협확대가 그들의 국익에 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해 협상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다행히 우리정부는 대만측의 복항제의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순영 외교부장관은 일요일인 28일 아침 방영된 KBS 「정책진단」프로에 나와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외교의 핵심」이라며 「중국우선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한·대만 양측은)주어진 여건 속에서 경제·통상분야에서 긴밀하게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대만과의 실용주위외교를 추구할 의향을 천명한 것이다. 우리정부는 이번 복항협상에서 92년의 외교적 결례에 대해 대만측에게 조금이나마 보상하고, 주요강국인 중국과도 기존의 우호협력관계를 심화시키는 성숙한 외교를 펼쳐 「7년 전의 정부」와 스스로를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편집위원 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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