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올시즌 프로야구를 빛낸 스타들에게 상을 주는 행사가 있었다.이날의 화두는 이강철(33)이었다.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KBO)총재와 8개구단 사장 등 국내프로야구 수뇌부는 8억원을 받고 해태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이강철이 과연 적법한 절차를 거쳤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급기야 시상식직후 정기주해태사장의 제의로 긴급간담회가 열렸다. 삼성이 불법적인 사전접촉을 통해 이강철을 빼돌렸다며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었다. 다년계약에 옵션계약까지 한 것은 규정을 어긴 것이라는 얘기였다. 권혁철 LG사장은 KBO가 인정하지 않고 있는 에이전트를 내세워 계약하려던 김동수(31)의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들었다.
다년계약, 옵션계약, 에인전트라는 생경한 단어가 간담회의 주제가 됐고 박총재는 1일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키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강철이나 김동수는 공교롭게도 올시즌 처음 도입된 자유계약선수(FA)제도의 수혜자들이다. 이강철은 이미 삼성과 계약을 끝낸 상태이고 LG와 계약을 하지 못한 김동수는 삼성, 현대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해태나 LG가 지금와서 이같은 문제를 끄집어 내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용수와 다년계약여부를 놓고 심도있게 논의한 적이 있는 LG나 타구단은 다년계약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옵션계약만해도 그렇다. 올시즌 삼성이 임창용과 40세이브이상 올리면 40평이상의 아파트를 주기로 이면계약을 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이면 다안다. 비단 임창용뿐만아니다. 매시즌 각 구단은 간판급선수들과 연봉협상을 하면서 옵션을 제의하는 게 관례였다. 에이전트문제도 똑같다. 에이전트의 문제를 제일먼저 환영했던 게 LG다. 이제와서 LG가 에이전트롤 통한 협상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제얼굴에 침뱉는 격이다. 이만하면 해태나 LG의 저의는 뻔하다. 올시즌초 10시즌이상 팀에 봉사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만든 FA의 자격을 획득한 자기선수를 타팀에 건네주기 싫다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KBO다. 박용오총재가 취임할 때만 해도 많은 야구인들은 야구를 잘 아는 구단주출신이라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도대체 취임이후 한 일이 뭐냐는 시각이다. 필요하면 밥먹듯 규정을 어기다가도 불리하면 법대로를 외치는 사장들이나 KBO의 행태는 프로야구발전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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