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30일 오후 서울공항 환영 행사에서 20여분에 걸친 귀국보고의 대부분을 외교성과 설명에 할애한 뒤 마지막에 가서 간략하게 국내문제를 언급했다. 그러나 짧은 발언 속에는 단호한 정국수습 의지가 담겨 있었다.김대통령은 『오늘은 국내 상황은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국민이 의혹하고 분노하는 문제는 분명히 투명하고 엄격하게 척결하겠다』고 옷로비 파문에 대한 수습 의지를 거듭 밝혔다.
김대통령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고위층의 청렴을 강조한 뒤 『지금의 어떤 명성이나 칭찬보다도 대통령의 임무를 충실히 해 일류국가를 만들고 남북간 평화를 정착시켜 민족을 화해시키는 대통령으로서 역사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 노력할 것이며 국민이 아낌없이 지원해주면 기대에 부응하는 대통령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앞서 김대통령은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며 외교 성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김대통령은 『수천년 역사중에 한·중·일 3국 수뇌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3국 정상회담을 높이 평가했다.
김대통령은 몇가지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김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와히드 대통령이 시력은 좋지 않았으나 건강이 아주 좋고 두뇌가 명석했다』고 말했고 『예정에는 없었지만 28일 미얀마의 탄쉐 총리에게 「의견이 다른 사람끼리 만나자」고 제안, 1시간20여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대통령은『인류 역사상 최고 격변의 시대인 21세기를 맞아 세계로 눈을 돌려 적극 대응해야 한다』면서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낙오하고 좌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오후 5시께 서울공항에 안착, 김종필(金鍾泌)총리 내외를 비롯,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 청와대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 등 당정인사 20여명의 영접을받았다.
김대통령은 기온차로 상당수 수행원이 감기에 걸렸음에도 불구, 건강한 모습이었고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와 함께 밝은 표정으로 영접나온 인사들과 악수를 나눴다.
이어 김대통령은 접견실로 이동, 김총리 등 여권 수뇌부와 잠시 환담을 나눴는데 연내 당 복귀 의사를 밝힌 김총리와는 3∼4분 가량 별도로 면담시간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김대통령은 서울로 오는 특별기내에서 수행원과 기자단 좌석을 돌며 노고를 위로했으나 국내 정국상황과 관련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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