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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구별이 흐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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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구별이 흐려지고 있다

입력
1999.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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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의 구별이 뚜렷한 동물들 중 이른바 환경호르몬의 영향으로 수컷들이 암컷처럼 변하고 있다는 보도가 세계 여러 곳에서 있더니 드디어 우리 나라에서도 벌어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최근 한일 공동연구팀에 의해 보고된 바에 의하면 낙동강 하류 지역에는 발암성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가 다량 존재하며, 그로 인해 수컷 잉어들이 암컷화하고 있다고 한다.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는 성전환수술을 통해 자신의 성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사람들이 생기긴 했지만, 스스로도 모르는 가운데 환경의 변화로 인해 자신의 성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 일이다. 그러나 사실 자연계에는 자기가 가지고 태어난 성을 삶의 역정 중 자연스럽게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식물은 대부분 암수를 모두 한 몸에 지니고 있다. 그들이 한 점 부끄럼 없이 세상에 활짝 펼쳐 보이는 생식기 즉 꽃에는 암술과 수술이 함께 달려 있다. 암수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부분의 꽃들은 수컷으로 태어났다 차츰 암컷으로 변한다. 처음 꽃을 피우면 우선 벌들의 몸에 꽃가루를 묻혀 다른 꽃들에게 전달하는 수컷의 삶을 살다가 꽃가루를 다 실려보내고 나면 자연히 수술들은 시들게 되고 그 때부터는 남의 꽃가루를 받기만 하는 암컷이 된다. 자연스레 성전환수술을 받는 셈이다.

열대 바다의 산호초 지역에 사는 물고기 중에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 것들이 있다. 그들은 늘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데, 한 무리에는 언제나 단 한 마리의 수컷만이 존재하고 나머지 개체들은 모두 암컷들이다. 수컷은 무리 중 대체로 가장 나이도 많고 몸집도 제일 큰 놈이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그 수컷이 늙어 죽게 되면 암컷들 중 가장 지위가 높고 힘이 센 놈이 불과 하루 남짓이면 완벽하게 수컷으로 변한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거울을 보고 화장을 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미국에는 피부미용실을 찾거나 남성미의 상징이었던 털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 남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엉덩이의 살을 빼고 싶어하는 것은 이제 여자들만이 아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많은 남성들이 쌍꺼풀 수술을 하는데 좀더 부드럽게 보이고 싶어서라고 한다. 십대들이 즐겨 찾는 거리에서는 여자들보다 더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며 예쁜 손가방을 들고 다니는 청년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같은 경향은 앞으로 점점 더 뚜렷하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나타날 것이다. 여성의 경제력이 향상되고 사회적 지위가 오르면 더 이상 물질제공자로서의 강한 남성을 원할 이유가 없다. 또 아이도 아홉 달씩이나 몸 속에 갖고 있을 필요가 없게 되면 함께 아이를 돌봐줄 자상한 남편을 찾을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다가오는 21세기는 무엇보다도 여성이 사회의 중심에 서는 「여성의 세기」가 될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미 그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맞이하려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다만 그런 변화들이 환경호르몬 등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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