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봉(白峯)기념사업회가 국회의원 3명에게 백봉신사상을 수여했다. 돌이켜보면 민주주의 정치가 이 땅에 도입된지 어언 50여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 이념과 제도에 맞춰 정치가 행해지고 있나 회의적이다.현실정치는 절차적 제도와 관행을 준수해 국가대사를 논하고 국민적 여망과 기대에 부응하기보다는 여전히 파당적 이익을 정치적 소신으로 치장하고 지역적 정서나 부추기는 길거리정치 수준을 넘지 못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런 시국을 관망하면서 선배정치인 백봉 라용균(羅容均)선생을 회상하게 된다.
단아한 체구의 백봉은 일본제국주의 침략에 맞섰고 해방직후에는 신국가건설에 앞장섰으며 공산주의 침략으로부터 흐트러진 국가기반과 정치적 도의를 세우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그는 민주주의 정치기반을 올바로 세우기 위해 애썼던 사람이다.
그의 정치행적 하나하나는 신념과 소신에 바탕을 둔 것이었지만 뜨겁게 목소리로 표출된 것이라기보다는 차분한 행동으로 보여준 실천의 연속이었다. 일찌감치 민주주의 정치란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한 것이어야 함을 한몸으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여전히 패거리·길거리 정치로 폄하되는 것은 바로 법과 제도에 따른 절차의 중요성을 후배정치인들이 망각함에서 오는 폐단이다.
선배가 작고한 지 15년이 지나 우리정치사도 민주적 제도를 통한 정권교체를 이룰만큼 성장·발전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 정치인들의 행동양식은 제도적 발전에도 따라가지 못할만큼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어 심히 유감이다. 백봉 보여준 신사정치를 새삼 생각하게 된 것이 바로 이때문이다.
그의 자제 라종일(羅鍾一)경희대 교수가 한국의 국가적 대란 IMF관리체제 하에서 분투하며 새로운 천년을 맞는 국가적 비전을 세우고 정책을 입안하는 자리에 있다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다 뒤늦게나마 그의 선친 백봉의 신사정치도가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리라 생각됐다.
비록 늦은감이 있지만 뜻을 같이한 동지들이 백봉신사상을 제정하고 후배정치인들에게 그의 정신과 품행을 기릴 수 있게 돼 감개무량했다. 나아가 이 상의 제정이 한국민주주의 성숙과 발전에 기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철승·자유민주민족회의 상임의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