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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베토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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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베토벤을 만난다

입력
1999.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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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베토벤으로.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베토벤 최후의 피아노 소나타 세 곡(30·31·32번)을 하루 저녁에 완주한다. 서울과 지방을 돌며 6회 공연한다.지난해 전석 매진을 기록한 라벨 전곡 연주회를 잇는 또한번의 도전이다. 마침 30일 네빌 마리너가 이끄는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협주곡 5번 「황제」를 연주한 데 이어 새해 신년음악회(1월1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의 「코랄 판타지」를 연주하게 돼, 자연스럽게 베토벤 사이클을 이루게 됐다. 라벨, 스크리아빈, 프로코피에프, 라흐마니노프, 메시앙으로 계속해 온 그의 집중탐구 여정에 베토벤의 숲이 더해진다.

베토벤은 영원한 화두다. 언제나 새롭고 위대한 영감의 원천으로 살아있다. 마지막 3개의 피아노 소나타는 고전시대 소타나 형식의 완성이다. 베토벤은 더 이상 소나타를 쓰지 않았다. 마지막 32번은 2악장으로 끝난다. 왜 거기까지만 썼냐는 질문에 베토벤은 『시간이 없어서』라고 답했다지만, 실은 더 이상 쓸 필요를 못느꼈을 거라고 백건우는 말한다. 소나타에 관한 한 「다 이루었도다」,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마지막 세 소나타에는 흐름이 있습니다. 30번은 어찌 보면 천진난만한, 젊고 웃음띤 면이 있지요. 31번은 존재에 대한 의문을 던집니다. 마치 삶에 대한 발악 같지요. 승리의 푸가로 끝나는 이 곡의 악보에 베토벤은 자필로 「생명이 점점 떠나가다 일어선다」고 썼습니다. 32번은 모든 것을 초월한 음악의 신비 그 자체입니다』

그에게 베토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베토벤은 대할 때마다 새로운 게 있습니다. 다른 작곡가와 달리 음악언어가 겹겹으로 되어있어 한 번에 표현해내기가 쉽지 않지요. 모차르트나 슈베르트의 음악처럼 자연스레 흘러나온 게 아니고 오랜 세월 고치고 또 고쳐서 고통스럽게 완성된 것들이죠. 선율 하나를 얻기 위해 36번이나 스케치 한 것을 보면 가련할 정도이지요. 진실을 찾아서 좀 더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거기서 봅니다. 그는 귀머거리가 됐고 친구가 없었으며 사랑에 실패했고 결혼도 못한, 어찌 보면 인생의 패배자였습니다. 외로운 인생을 살 수밖에 없었죠. 자신 속의 음악을 밖으로 표현하는 것만이 그가 인류와 대화하는 유일한 길이었을 겁니다. 그의 고통은 어쩌면 신의 사랑이 아니었을까요』

프랑스에서 바이올린 전공하는 딸(22), 아내 윤정희씨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모처럼 한국에서 온가족이 새해를 맞게됐다. 베토벤과 함께 하는 밀레니엄, 백건우의 연주에 팬들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

◇공연일정 10일 순천문화예술회관, 13일 대구문화예술회관,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18일 부산문화회관, 21일 춘천문화예술회관, 23일 대전우송문화예술회관. 공연시간 오후 7시30분. 대구만 오후 8시. (02)59

8_8277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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