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영(崔淳永) 전신동아그룹 회장은 대한생명의 퇴출을 모면하기 위해 「퇴출집행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에도 혈연·지연·학연은 물론 교연(敎緣)까지 동원, 전방위 로비와 압력을 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외부에서 우리(금감위 임직원)를 어항속의 붕어를 보듯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어떤 회유와 압력에도 굴하지 말고 모든 행정처리를 원칙대로 하라』며 특별지시, 최전회장의 로비전을 원천봉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금감위 관계자는 29일 『대한생명 퇴출을 앞두고 내로라할 인사들이 직·간접적인 채널을 통해 대한생명과 최 전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며 『그러나 이위원장이 「어항속 붕어」를 빗대어 투명하게 처신할 것을 강조, 로비에 맞서도록 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측 인사중 대한생명의 사외이사로 활동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위원도 대생 퇴출을 앞두고 K고교 동문인 담당국장을 찾아와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또 최 전회장이 3월 구속되기 이전에는 물론 구속후에도 최 전회장 동서인 하모 목사가 주임목사로 있는 교회의 신자들이 금감위를 찾아와 대생퇴출의 부당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금감위는 최 전회장 구속직후인 3월23일 박동수(朴東洙) 금감원 검사1국장을 대한생명에 관리인으로 파견해 구조조정에 착수했으며 박시언(朴時彦) 당시 신동아고문겸 대한생명 부회장에게 거액의 월급과 차량 등이 제공된 사실을 적발, 시정토록 조치한 바 있다.
최 전회장측은 로비가 먹혀들지 않자 법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며 금감위와 정면 대결에 나서는 등 「전략」을 수정했다. 최 전회장측은 금감위가 대한생명에 내린 부실금융기관 지정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 시간끌기 작전을 구사했으나 결국 패소하고 말았다. 금감위는 대생 퇴출 절차가 한달여동안 지연돼 곤경에 빠졌으나 법원이 지적한 「절차상 하자」를 보완해 대생 퇴출을 강행했다.
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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