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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근-최수종 코믹연기 '극과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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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근-최수종 코믹연기 '극과극'

입력
1999.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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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가 가벼워지면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가 주연의 코믹화이다. 그러나 코믹 연기는 보기와 달리 정통 연기보다 다양한 연기력이 요구된다. 표정과 대사처리, 연기톤의 강약조절 등. 웬만큼 연기력을 갖추지 않고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가는 시청자의 짜증만을 부를 뿐이다.MBC 주말극 「남의 속도 모르고」(문영남 극본, 신호균 연출)의 유동근과 KBS 2TV 주말극 「사랑하세요?」 (최현경 극본, 김영진 연출)의 최수종. 두 사람은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나 그동안의 정통연기 패턴에서 벗어나 코믹 연기를 하고 있다. 극중 등장인물 성격도 비슷하다. 똑똑한 동생을 둔 일만 저지르는 백수건달 형 역할이다.

원로 연극배우 백성희씨는 연기자는 물이 되어야 한다는 「액체 연기자론」 을 말한 적이 있다. 컵에 넣으면 컵 모양이 되고 주전자에 넣으면 주전자 모양이 되는게 물이다. 이점에서 최수종은 유동근에 비해 훨씬 앞선다.

『쇼파! 쇼파! 차내에 계신 신사숙녀 여러분! 여기 독수리 5형제표 고무장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최수종의 연기를 보면 영락없는 외판원이라는 느낌이 들고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온다.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 표정연기와 대사의 강약이 조화를 이룬다.

반면 『내가 경제활동을 해야겠다. 어디 경제활동 할데 없을까?』 라고 묻는 유동근은 대사와 표정이 따로 논다. 시청자들은 대사로만 웃기려는 백수 역의 유동근에게서 어색함을 느낀다.

코믹 연기가 살아나려면 일상성과 의외성, 기쁨과 슬픔 등 상황과 감정 변화의 흐름이 한 캐릭터 안에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 유동근은 동생에게 폐만 끼치며 시종일관 웃기려해 현실감이 떨어진다. 또한 시청자들은 유동근 캐릭터에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최수종은 유년시절 집나간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 동생을 잘 챙겨주지 못한 죄책감 등을 표출하는 가슴 아픈 연기와 우스꽝스러운 연기가 어우러지면서 시청자들의 웃음 뒤에 아픔을 남긴다.

단 한 사람의 코믹 연기로 드라마가 쉽게 시청자를 웃길 수는 없다. 드라마 출연진이 주연의 코믹연기 뒤를 받쳐주어야 한다. 이점에서 「사랑하세요?」는 주현 조재현 등 조연들이 최수종의 코믹 캐릭터를 잘 살려주고 있다. 반면 「남의 속도 모르고」 의 이미숙 홍학표 등은 유동근의 연기와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같은 두 사람의 캐릭터 소화가 드라마의 승패를 가르고 있다. 「남의 속도 모르고」 가 높은 인기 속에 막을 내린 「사랑해 당신을」의 후광과 먼저 시작했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반응에서 「사랑하세요?」에 밀리기 시작했다. 28일 「사랑하세요?」(4회 방송)의 시청률이 24.1%로 「남의 속도 모르고」(8회 방송)의 23.9%를 약간 앞섰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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